배움/인문학

나를 채우는 인문학

꿈트리숲 2019. 5. 15. 07:05

백 권의 책을 담은 한 권의 책

 

저는 최진기 작가를 좋아합니다. 항상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줘서 그렇습니다. 유튜브 강의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경제학 강의 하는 분인가 했더니 인문학 책을 내고, 미술관련 강의도 하고, 전쟁사,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다소 어려운 주제도 일반인인 제가 쉽게 이해하게끔 글을 써주시거든요. TV 강의에서 약간의 잡음이 있어 안타깝기도 했는데요.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를 받거나 비난을 듣는 다면 큰 상처가 되겠다 싶어요. 감히 짐작 할수없지만 이번 책을 보고서 힘든 시간을 보내셨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신간이 나올 때 마다 얼른 사 보는 편이에요. 이번 책도 3월 즈음에 책을 산 것 같은데 앞부분에서 계속 진도가 안 나가서 읽다가 덮다가 했어요. 여행 다녀오고서 다시 읽으니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여행 다녀와서 아마도 이전의 제가 아니게 되었는지, 분명 책은 같은 책인데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습니다.

 

<나를 채우는 인문학>은 책 한권에 최진기 작가가 읽었던 책 중 인문학에 해당하는 책 100권을 담았습니다. 책 표지에 인문편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다음 시리즈가 또 나올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하네요. “문득 내 삶에서 나를 찾고 싶어질 때아마도 방송에서 힘든 일을 겪고 난 후 작가의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저도 내 삶에서 나를 찾고 싶을 때가 왕왕 있었지요. 젊을 땐 유흥으로 소비로 나를 찾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는데, 그 방법은 남는게 없더라구요. 오히려 조금이나 남아있던 나 자신을 더 소진하는 일종의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았다고나 할까요. 지나고 나서 후회가 많이 되는 방법들이었습니다. 역시나 책을 통해 사색을 하는 것으로 나를 찾았어야 하는 건데 말이죠. 작가는 말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책은 유튜브 보다 소중합니다.” 라고요.

 

젊은 세대는 동의 못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백번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해요. 유튜브 보다 소중한 책 100권을 담은 <나를 채우는 인문학>은 크게 세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상처, 위안, 그리고 희망입니다. 세 주제는 다시 세분해서 열 가지 파트로 나눠 각 파트마다 10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직장, 마음, 미술, 사랑, 여행, 사회, 음식, 교육, 역사, 인물이 그 열 가지에요.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관심이 그냥 흘러가는 관심이 아니라 책까지 낼 수 있는 깊이에 이른다는 것이 더 놀랍습니다. 책 속에서 소개된 100권의 책 중에 제가 읽어봤던 책은 10권이 채 안되어 아직은 많이 빈약한 독서량에 마음이 홀쭉해집니다. 책이 좋은 이유는 마음이 홀쭉해져도 다시 살찌울 수 있는 방법과 재료를 알려주어서겠지요. 제가 찜한 마음을 살찌우는 재료들 몇 가지 소개할게요.

 

먼저 <게으를 수 있는 권리>입니다.

 

p 25 노동은 금지되어야지 강제되어서는 안된다."

뭔가 속이 다 시원하지 않습니까? 더 나아가 책 제목에서처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누려야 할 진짜 권리는 노동이 아니라 게으름이라고 말입니다.

 

게으름이 권리라고 하니 뭔가 좋으면서도 정말 그렇게 누려도 되는건가? 의구심이 들어요. 게으름을 죄라고 느끼는 것은 기독교 윤리와 부르주아의 윤리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합니다. <게으를 수 있는 권리>의 저자 폴 라파르그는 기독교가 피지배계층에게 근면은 아름답고 심지어 신성하다는 윤리를 강요하고 있다고 하고요. 부르주아 윤리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을 하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계약을 하는데 이 계약이 대등한 계약이 아니라는군요. 노동자는 노동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넘어 회사의 이윤과 존립까지도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가 된대요. 그러니 어찌 감히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겠어요.

 

그런데 게으름이 우리가 생각하는 먹고 마시고 놀고 혹은 하루 종일 TV 보며 멍때리는 게으름이 아닙니다. 인간다움을 찾는 게으름이어야 된다고 합니다. 인간이 인간다워지기 위해서는 노동에서 벗어나 천천히 산책해야 한다고요. 산책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여 인간다움을 찾아 나가야만 한다고 합니다. 주 52시간 일하기가 정착이 되고 여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처음엔 무작정 게으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 준비없이 여유시간을 맞게 될 테니까요. 흘려보내는 시간을 계속 가지다 보면 나는 누구인지, 사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인간다움을 찾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진정한 게으름, 인생을 산책하는 게으름을 누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한 책은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입니다. 이 책에서는 스페인의 예를 들면서 청년이 행복하고 부유하지 않는 한, 노인들만의 복지는 절대 오래갈 수 없다는 얘기를 합니다. 스페인의 고학력 인력들이 해외로 떠나가고 특히 독일로 몰리면서 독일 노인들의 복지비용을 위한 조세 자원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설명 보면서 뜨악했어요. 우리도 이미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고, 또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스페인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요.

 

p 335 "청년의 가치를 먼저 깨닫는 나라만이 살아남는다."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막강했던 도시국가인 스파르타가 전쟁에 패해서 망한 것이 아니라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가 된 까닭에 시민계급의 수가 줄어 멸망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이 부분 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요즘 청년들을 N포 세대라고 일컫는데, 그 숫자에 출산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잖아요. 저도 이제는 결혼 출산을 다 한 나이라서 지금의 청년들이 보기엔 기성세대에 속해요. 기성세대가 청년의 가치를 먼저 깨달아야, 그런 나라가 살아남는다는데,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이에 최진기 작가는 집단주의 문화와 개인주의가 충돌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집단주의를 받아들이지 말기를 당부합니다.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가치관을 가진 지금 청춘들에게는 집단주의 강요가 삶을 더 불행하게 한다고요. 우리의 과거는 오늘을 사는 밑거름이 되긴 했지만 그것을 현재에까지 가지고 와서 청춘들에게 무조건 열정과 패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봐요. 힘든 일에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던 때는 그때이고 까라면 다 까는 순응 시대는 과거이니 오늘을 사는 우리는 오늘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해야겠다 싶네요.

 

우리는 과거 세대와 미래세대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세대 간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과거와 미래가 원활히 소통하도록 관심의 다리, 책임과 배려의 다리를 잘 놓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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