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집앞 식물원

꿈트리숲 2019. 7. 16. 06:48

일요일 아침 산책으로 알게 된 마당 식물원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 집 식물원 초록이 중 하나가 땀을 흘리고 있어요. 간밤에 너무 더웠던 것인지... 식물을 여럿 두다 보니 이런 신기한 체험도 하게 됩니다. 사람도 더워 자다가 땀을 흘리는데 너희들도 그럴 수 있지 싶어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초록이들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으니 남편이 산책을 나가자고 조릅니다.

 

 

집순이인 저는 자연결핍이 심한지라 집 안에서든 밖에서든 자연충전이 절실한 사람이거든요. 그런 연유로 남편의 간청을 마다할 수 없어 못이기는 척 따라나섰어요. 사실 밖에 나가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맨발 걷기를 해보고 싶어서에요.

 

지난 6월에 독서 모임 선배님들이 1년에 한번 있는 단순무식지속 독서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왔는데요. 일명 단무지 독서캠프에요. 거기서 맨발걷기에 대한 강의를 듣고 모두들 해봐야겠다, 효과가 엄청 좋은 듯 싶다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학교 운동장에 가서 맨발 걷기를 시도해보려고 일요일 아침 바깥 산책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휴일에 문을 굳게 닫아 놓는다는 걸 깜빡했어요. 맘 먹었을 때 바로 하지 않으면 굳은 결심 미처 단단해질 새도 없이 흐물흐물 해질게 뻔한데요. 그래서 아파트 산책길이라도 걸어야겠다며 장소를 물색하러 여기 기웃 저기 기웃했어요. 남편이 호들갑스럽게 그러지 말고 조용히 산책이나 하자고 하는데도 저는 기필코 맨발 걷기를 단 1분이라도 하겠어 하는 의지를 불태웠습죠. 울퉁불퉁한 돌길을 찾아서 걸었어요.

 

예전 같았음 남들과 다른 행동은 튄다는 생각 때문에 눈치를 봤을텐데요. 이제는 내 몸 내가 챙겨야지 하는 간절함과 절실함으로 당당 파워 맨발 워킹을 하게되더라구요. 잠시 걸었는데 발바닥의 혈액 순환이 그렇게 좋을 수 없는 겁니다. 다 걷고 손으로 발바닥 먼지를 터는데 그 손으로 남편 어깨 짚었다고 어찌나 화들짝 놀라는지요. 한마디로 발바닥과 손바닥 다 지저분하다는 그래서 그 손 남편에게 갖다 대지 말라는 강한 의사 표현이었겠지요. 이해할게요. 맨발 걷기 해서 혈액 순환 잘되어 기분 한껏 좋아진 제가 다 이해할게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세대수가 엄청 많아서 단지가 참 널찍합니다. 그래서 나무도 꽃도 식물도 많구요. 새들도 많이 살아요. 새벽에 글을 쓰고 있으면 가끔 창문을 누가 또도독 두들깁니다. 쳐다보면 새들이 와서 구구구구 하고 있어요. 동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무서워하는 저로서는 기겁할 노릇이지요.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자연이 있는 아파트여서 새들이 찾아오는구나 하구요.

 

 

 

아침 산책에서는 새들 뿐만아니라 예쁜 꽃들을 엄청 만납니다. 장미, 벚꽃, 튤립, 개나리 정도 아는 꽃알못 저에게 수능보다 더 어려운 꽃 이름 알아맞히기 주관식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쫄지 않아요. 왜냐구요? 바로바로척척 알려주는 박사가 있기 때문이지요. 친절한 네이버씨께서 사진만 찍으면 무슨 꽃인지 알려주니 궁금해서 전전긍긍 할 필요가 없습니다.

 

 

독활(땅두릅) 이라는 정보가 나온 흡사 성게 같은 꽃을 보고는 넘 특이하다. 어찌 이런 독특한 식물이 여기에 있을까 하면서 한참을 바라봤어요. 바늘쌈지에 바늘이 수두룩 꼽힌 것 같기도 해서 잠시나마 십자수 하며 바늘을 여럿 뿌러 트려 먹은 저의 메주 같은 솜씨가 생각납니다.

 

 

콜레우스라고 들어보셨나요? 색깔이 너무 신비스러워 렌즈를 들이댔더니 콜레우스라는 꽃 이름 정보가 뜨네요식물의 이름은 누가 짓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처음 발견한 사람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요? 아니면 학명이 따로 있어서 그걸 사용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콜레우스는 이름과 모양 다 특이해서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아이는 좀작살나무 꽃이구요.

 

요 아이들은 드린국화(에키나세아)입니다. 핑크, 아이보리 참 은은한 빛깔이에요.

 

 

요 친구는 산수국이구요. 전부 오늘 처음 보는 꽃들입니다.

 

 

다양한 꽃들 보면서 식물원이 따로 없다 싶어요. 잠시 그네를 타며 혈액순환 아주 잘되는 발바닥을 좀 쉬어볼까 합니다. 아침 일찍 엄마와 아이도 자연 충전하러 나왔나봐요. 초록으로 눈요기 하고 나무와 풀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산소로 본격 공기 식사를 하겠죠. 그네를 타고 있으면 커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제가 반느라고 부르는 느티나무인데요. 왜 반느라고 부르느냐 하면 저 아이의 고향이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요. 반구대에서 온 느티나무, 첫 글자를 따서 반느라고 불러요. 저와 동향이죠. 저 자리에 다른 나무가 있었는데, 일찍 고사해서 튼실한 아이를 수소문 하다가 울산까지 가서 모셔온 귀한 손입니다.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 아름드리 멋진 느티나무가 많았나봐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인천에서 새로운 삶 시작하는 제가 적적할까봐서 고향이 보내준 선물이라 생각하며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입니다. 딸이 자는 동안 나온 산책이라 길어지기 전에 들어갈려했는데, 핸드폰에서 불이 튑니다. 어디야? 언제와? 뭐해? ~~ 들어간다야~~~

 

 

일요일 아침이 제일 느긋하게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아침 햇살 받으며 모든 것이 일제히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시작 느낌. 전 그 느낌, 그 시간대가 정말 좋습니다. 자연이 보기에 저도 하나의 자연 친구, 서로간의 우정 변치 말고 같이 시작하고 같이 성장하며 같이 영글어 가는 좋은 벗이기를 바라면서 일요일 아침 산책 마무리 합니다.

 

 

728x90

'비움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물  (19) 2019.08.13
그리스 보물전  (12) 2019.07.24
새로운 가족이 생겼어요  (12) 2019.06.11
덕후시리즈 2탄  (13) 2019.06.05
덕후시리즈 1탄  (14) 2019.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