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선물

꿈트리숲 2019. 8. 13. 06:46

신(神)이 주신 선물

 

 

제가 요즘  매일 선물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의 저를 생각해보면 상상도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죠. 뭘 그렇게 잘해서 선물을 받는 걸까? 누구에게 잘 보여서 선물을 받는 걸까? 곰곰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저 저에게 최선을 다하고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즐겁게 산다고 하는 것 외에 달리 뭐라 표현할 길이 없어요. 최선이라는 문구를 즐겨 사용하고 또 그 뜻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난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할거야' 라든지 '최선을 다했는데 잘 안됐어' 와 같은 말을 종종 썼었죠. 어느 날 문득 화장실의 두루말이 휴지가 다 되어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매번 휴지가 끝나는 차례, 그러니까 휴지를 교체해야 되는 순서가 내가 되는 거지? 다른 가족이 될 수도 있는 건데.' 그래서 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걸 미루고 다른 가족이 교체하기를 은근히 바랐던 적도 있었죠. 그 간단한 일이 때로는 좀 귀찮게 여겨질 때도 있더라구요. 그런데 어느 날, 바로 그날이었어요. 또 제 순서에서 휴지가 딱 끝났어요. 오늘은 교체하지 말아야지 싶다가 아니다 하면서 머리가 띵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최선이라는 것은 나중에 후회와 미련이 전혀 남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치는 겁니다. 내가 오늘 이 휴지를 교체하지 않은 것에 대해 먼 훗날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지 않을까? 가족에게 최선을 다했다 나중에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귀찮다는 생각 없이 휴지를 교체하고 심지어 끝단도 호텔처럼 삼각으로 접어두고 나왔죠.

 

화장실을 나오는 제 마음은 구름위를 두둥실 걷는 기분 같았습니다. 이제는 최선을 다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저는 바닥에 떨어진 휴지 주워 담고, 변기도 휴지로 닦아주고요. 세면대는 물이 많이 묻어 있으면 훔치고 나옵니다. 변기에 인사도 하고 나와요. 저의 오물을 받아줘서 감사하다는 뜻으로요.

 

 

그런 최선을 하면서 사는 저에게 요즘 신이 주신 선물이 매일 끊이지 않습니다. 어느 날 독서모임 선배님이 저에게 시집을 내밀었어요. 저에게 감사하다며 말이죠. 저 별로 한 것 없는데 귀한 것 받아도 될까요? 생각이 들었는데요. 예전의 저와 달리 전 아주 감사하게 잘 받습니다. 과거의 저는 속으론 좋으면서 겉으론 겸양을 차린다고 거절하는 척을 좀 했거든요.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저를 생각하며 책들 사이에서 배회하셨을 당신마음과 정성 잘 알기에 감사히 기쁜 마음으로 받습니다.

 

 

또 어느 날은 냄비 손잡이를 선물로 받았어요. 그것도 수제로 만든거죠. 그 분은 손재주가 비상한 분이세요.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이렇게 한땀 한땀 어떻게 만드셨을까? 그것도 이 무더위에 말이에요. 가위와 천으로 모양을 잡고 바늘과 실로 꼼꼼히 갈무리 하면서 저를 생각하셨을 당신의 진심에 전 감동하여 또 다시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잘 받습니다.

 

 

저희 집엔 컴퓨터가 두 대 있어요. 데스크탑 한 대와 노트북 하나인데요. 노트북은 오래 된거라 창고에 넣어두고 정말 정말 긴박할 때가 아니면 관심조차 주지 않는 아이죠. 그래서 데스크 탑 한 대로 세 명이서 사용을 하는데요. 세 사람의 사용 빈도가 점점 늘어나니 번호표 뽑아가며 사용할 지경이 되었어요. 언제나 저의 글쓰는 환경을 최우선으로 신경쓰는 남편이 새로운 노트북을 선물해줬습니다. 제가 아침마다 글 쓰는 것을 아마 제일 좋아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아닐까 싶게 응원하고 또 지지해주는 남편이지요. 그래서 당신이 주는 선물 감사하게 받아서 매일 아침 잘 사용하고 있어요.

 

 

저에게 선물을 주는 또 다른 당신은 누구일까요? 한명 한명 다 거론할 수 없지만 매일의 글에 댓글로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 문자로 칭찬해주시는 분들, 주고 받는 메일 속에서 감사의 인사를 주시는 모든 분들. 저에겐 선물을 주는 당신, 바로 신(神)입니다. 신에게 매일 선물 받고 사랑 받는 저, 선물 같은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을 전하고 싶어요.

감사의 인사로, 눈 웃음으로, 따뜻한 손 잡아주는 것으로... 저도 당신에게 신이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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