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엄마 심리수업

꿈트리숲 2019. 8. 1. 06:55

넌 우주다! 독특한 우주다! 아주 특별한 우주다!

 

 

아이를 키우면서 무수히 많은 육아서들을 봤었어요. 처음 하는 육아에다 하나뿐인 아이를 키우기에 잘 키워야겠다는 의무감과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제 안에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나처럼, 나 같은 어른으로는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에 임신 때부터 줄곧 책을 봐왔어요. 친정 엄마의 말보다는 책의 전문가 얘기를 더 신뢰하는 쪽이었지요.

 

왜냐하면 친정 엄마의 딸인 제가 저 스스로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친정 엄마는 좀 섭섭했겠지만 그래도 전 꿋꿋하게 책의 도움으로 먹이고 입히고 재웠습니다. 모든 걸 개월 수에 딱딱 맞춰서요.

 

갓난아기일 때는 개월 수에 딱딱 맞춘 로드맵이 잘 진행되었는데요. 걷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책대로 안 되는 일이 점점 많아지더라구요. ‘? 왜 이러지? 분명히 책의 아이들은 이러지 않았는데...’ 서서히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와요. 그래도 초반 4년은 모든 걸 너그럽게 받아줬어요. 아이는 원래 어지르고 넘어지고 그러는거다 하면서요.

 

5세 때쯤 부터는 저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는지 슬슬 제 뜻과는 달리 행동하는 아이가 미워지기 시작합니다. 벽보고 혼자 서있으라는 벌도 주고(아이가 처음엔 벌이 뭔지 몰라서 꿀벌 받는 줄 알았어요), 소리도 지르고 그랬어요. 아이를 혼내고 나서는 밤에 아이 잠들면 미안함에 울고 반성하고 다음날 또 다시 반복되는 날의 연속이었어요. 왜 나는 책을 읽어도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까? 자책 자책, 또 자책하느라 자존감은 지하 암반수를 뚫고 있었죠.

 

나의 내면 아이가 문제였구나, 아이와 애착이 형성이 안 되었구나 싶어 더 책을 파면서 아이에게 하는 저의 행동은 점점 저의 친정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요. 친정 엄마가 달리 나쁜 엄마가 아님에도 엄마 보다는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기에 친정 엄마 빙의한 것 같은 저를 보고 이건 아니야 하면서 몸부림을 심하게 쳤었습니다.

 

p 277 자녀를 키우는 건 나하고 내 속에 들어 있는 나의 엄마하고 같이 키우는 게임이다. 그러니 나의 엄마를 알아야 한다.

 

엄마의 심리, 즉 무의식에 관해 책을 내신 윤우상 선생님의 <엄마 심리 수업>중 한 문구입니다. 전 저의 친정엄마와 같이 아이를 키웠던 거더라구요. 그래서 아이에게 화를 낼 때는 나는 사라지고 나의 엄마만 있고 혼나는 내 아이는 없고 그 자리에 어린 내가 있다는 글을 보고서 화들짝 놀랬습니다. 이게 다 엄마 냄새, 엄마의 색안경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 두 가지는 엄마의 무의식에 숨어있는 두 가지 비밀 코드라고 합니다.

 

엄마 냄새란 엄마의 마음을 의미하고 엄마의 색안경은 아이를 보는 엄마의 심리를 말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귀여워하는 마음으로 보면 아이 몸에는 귀여운 냄새가 뱁니다. 아이는 어딜 가나 귀여운 냄새를 풍겨 사람들이 그 아이를 귀여워하게 된다는군요.

 

p 25 사람들은 아이를 볼 때 자기도 모르게 엄마 냄새를 맡는다. 아이는 엄마에게 대접받은 그대로 사람들에게 대접받는다. 지금 엄마인 나의 냄새를 맡아보자. 나는 아이에게 어떤 냄새를 풍기고 있나? 사랑의 냄새? 미움의 냄새? 못마땅 냄새? 기쁨의 냄새? 귀찮은 냄새?

 

아이 어릴 때 어떤 대접을 했는지 생각해보니 사랑의 마음뿐이었다고 장담할 수가 없네요. 미움의 냄새도 배게 했고, 못마땅도 귀찮은 냄새도 많이 뿌렸던 것 같아요. 10년이 흘러도 예전 일이 생각나면 셀프 반성을 합니다. 혹시라도 지금의 아이 모습을 보면서 욕심이 올라오면 과거를 돌이켜 보고 무지랭이 엄마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결의를 다져야 하거든요.

 

엄마의 무의식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비밀 코드는 엄마의 색안경인데요. 색안경은 살아온 경험, 성격, 가치관이 혼합되어 만들어진다고 해요. 유치원에서나 학교에서 인사 잘 못하는 아이, 발표 잘 안하는 아이를 보면 엄마는 속이 타서 우리애가 소심하다고 얘기를 합니다. 내가 소심해서 혹은 남편이 소심하니까 애도 그런가보다 하구요. 이는 엄마가 까만 색안경을 끼고 하얀 내 아이를 까만 물 빼려 매일 때수건으로 빡빡 밀어내는 거와 같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엄마는 정성 들여 까만 물 빼는데 정작 아이는 아프다고 소리치겠죠. 엄마의 정성이 아이에게는 독이 되는 상황입니다.

 

엄마 냄새와 엄마 색안경이 자녀 양육의 90퍼센트를 좌우한다고 해요. 정신과 의사이면서 아이들에게 심리 검사 같은 것 절대 함부로 받게 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씀하시는 분이니까 저자의 말에 신뢰가 갑니다. 저자가 또 하나 강조하는 건 자녀 양육의 3대 신화를 너무 맹신하지 말라는 거였어요. 3대 신화는 생후 3’, ‘애착 관계’, ‘엄마의 상처(내면 아이)’ 이론인데요. 엄마를 불안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죄책감에 빠지게 해서 자녀 교육에 있어 도움보다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군요.

 

그럼 엄마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평범한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각종 이론으로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를 만들려고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합니다. 태어날 때 이미 완전하게 태어난 내 아이의 자발성의 힘을 믿으면서요.

 

p 154 뛰어난 사람들은 모두 자발성의 힘으로 자기의 세상을 만들었다. 다시 말하는데, 아이는 자기만의 세상이 있다. 아이는 자발성의 힘으로 독특한 자기의 세상을 창조해나간다. 아이의 세상에 엄마가 손을 대면 아이의 창조적인 세상은 망가진다.

 

있는 그대로의 내 아이, 아이만의 세계를 인정하고 믿어주는 엄마 쉽진 않지만 오늘 하나라도 실천하겠습니다. 이 주문을 외우면서요.

넌 우주다! 독특한 우주다! 아주 특별한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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