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토지 19

꿈트리숲 2019. 8. 5. 06:32

찬 이슬에 날개를 접고 숨만 쉬는 나비 같이

 

 

토지 19권이 되면서 이제 진짜로 일본의 패망이 멀지 않음이 시시각각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이 보이거든요. 전장으로 조선인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도 징용으로 내보내고 있어요. 전쟁이 지속되다 보니 보급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그러기에 산의 나무도 다 뽑아가고, 집의 쇠붙이들도 죄다 쓸어갑니다. 조선에서는 식량이 배급제가 되고, 전기도 기름도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구하기 어려워졌어요. 모든 걸 전쟁터에 보내야 하니까요. 식자들은 일본이 머지않았다 예견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바람 불 때는 드러눕는 풀처럼 지냅니다. 가급적 그들의 눈에 띄지 않아 징용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전쟁에 끌려 나가지 않으려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용에 나갈 수밖에 없는 자식을 둔 부모들은 매일을 눈물로 밥을 짓고 한숨으로 상을 차립니다. 곁에 있으면 자식 입에 밥이 들어가는 걸 보며 배부르다 기뻐하고 자식 커가는 거 보며 뿌듯해 했을 텐데... 그러질 못하니 그저 하늘에 대고 원망할 밖에요.

 

p 12 ‘자식이란 멋일꼬? 애간장을 녹이는 기이 자식이다. 전생에 무신 인연으로 부모 자식은 맺어진 길까? 그것들이 병들어야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까?’

 

좋을 때는 내 인생에 이렇게 귀한 보물이 있을까 싶은 게 자식인데, 근심 걱정을 하게 될 때는 애간장 태우는게 또 자식이죠. 전생에 인연이라 하면 아마도 부모인 우리가 자식의 자식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전생에 내가 자식이고, 자식이 부모 된 인연으로 만나 나 역시 부모 애간장을 녹였기에 현생에서 경험하는 건 아닐까 하구요. 부디 떠나간 자식들이 병들지 말고 고향으로 돌아오면, 부모 애간장 다 녹기 전에 돌아오면 좋겠다 싶어요.

 

서희 둘째 아들 윤국이도 학도병으로 전장에 나갔습니다. 윤국이는 징집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입대를 했어요. 서희 역시 하루하루 윤국이에 대한 걱정으로 편히 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타고난 미모야 없어지지 않지만 당당하고 기품 있던 서희의 분위기마저 사라지게 하는 것이 자식에 대한 걱정인가 봅니다.

 

p 248 어머니 곁에서 한 사람 한 사람 떠나갔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위엄에 차있던 어머니가, 찬 이슬에 날개를 접은 나비같이 숨만 쉬고 있는 것 같은 안방의 어머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폭풍우를 만났을 때는 정면으로 맞서기 보다는 잠시 피해있는 것이 상책일 때도 있겠지요. 어쩌면 그것 밖에 할 수 없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날개를 접고 때를 기다리는 것, 죽지 않고 살아내는 것이 최선의 일인 듯싶어요. 그렇게 살아냈기에 우리는 전례없는 압축 성장을 해냈었고, 오늘날 일본에게 두 번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말씀까지 나올 수 있는 게 아닐까요.

 

p 238 만석꾼 살림의 최서희나 나룻배 뱃삯을 선뜻 내놓을 수 없는 박서방이나 눈이 멀어버린 성환할매, 살아보고 싶은 뜻을 잃은 상태는 매일반이었고 그리고 그것은 평등했다.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귀신도 달랜다는 말을 하는데 그것은 거짓말이다. 산 사람도 달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하물며 서천으로 넘어가는 해를 그 누가 잡을 것이며 망망대해로 흐르는 물을 누가 막을 것인가. 천리를 거스르는 것이 전쟁이요, 작은 섬나라 대일본제국의 야망이야말로 칼로써 귀신을 잡으려 하니, 재앙은 인간 스스로 만들고서 그 스스로도 덫에 걸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공평하다는 생각이 드는 글귀였어요. 부자나 빈자나 자식의 생사를 걱정하는 건 똑같고, 어떤 재물로도 그 걱정을 없앨 수 없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의 순리는 결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다 싶네요.

 

칼로 흥하는 자 칼로 망하는 건 당연한 귀결일 겁니다. 명분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그저 자신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남의 땅에서 재앙을 만들었어요. 인지상정을 거부한 그들에게 자연의 순리는 덫을 놓음으로써 그 말로가 어떤지 똑똑히 보여주겠지요. 다음 주에 광복절이 있어요. 일부러 짜맞춘듯이 다음 주 토지는 광복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토지의 마지막 이야기, 20권을 읽으며 광복의 기쁨 제대로 느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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