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회색인간

꿈트리숲 2019. 9. 30. 06:55

독자에게서 영향받고 댓글에서 배운다

 

 

혹시 김동식 작가를 아시나요? 저는 작년 초쯤 신문에서 김동식 작가 기사를 접한 적이 있어요. 소개하기를 초등 졸업장이 전부인 작가가 공장에서 일하면서 글을 썼다고 했어요.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는데 소설을 여러 편 써냈다고 해서 글쓰기에 소질이 있었구나 하고 지나갔습니다.

 

간간이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 책 표지가 눈에 띄어서 한번 읽어봐야지 하다가 1년이 훌쩍 지나갔는데요. 최근에 전안나 작가를 통해서 커넥츠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혼자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어플인 것 같은데요. 여러 강의 중 전 책 읽기를 공략했습니다. 전안나 마스터가 진행하는 함께 읽기에서 <회색인간>을 읽게 되었지요.

 

책 한 권을 2주로 쪼개어 읽는 거지만 다른 책은 몰라도 <회색인간>은 그렇게 하기가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너무 두꺼워서? 너무 어려워서? 아니요. 너무 재밌어서요. 어찌 이런 책을 이제야 보게 됐을까? 하면서 휘리릭 휘리릭 책장이 잘도 넘어가더라구요.

 

<회색인간>은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해야 할지 SF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딱 꼬집어 이거다 하고 장르를 말할 수가 없네요. 책에는 총 24편의 단편이 들어있습니다. 각 단편들의 내용이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충격, 공포, 감탄을 금할 수 없다는 것이죠.

 

충격, 공포, 감탄의 3종 세트에 몸을 떨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이 뚝딱 끝나버려요. 정말 언론에서 얘기하던 괴물 작가의 탄생이 맞구나 싶습니다. 김동식 작가는 2016년 온라인 글쓰기 사이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구요. 201712월에 <회색인간>을 필두로 2018년 말까지 모두 8권을 출간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속도지요. 천부적 재능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책 말미에 제가 후기도 썼던 <대리사회>의 저자 김민섭 작가의 추천의 글을 보고 제가 잘못 생각했다 느꼈습니다.

 

김동식 작가는 중학교 중퇴 후에 여러 알바 자리를 전전하다 10여 년 전에 주물공장에 취직을 했어요. 알바 보다는 급여가 많았기에 계속 일을 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뜨거운 주물을 다루는 게 두렵기도 해서 긴장했지만 이내 적응이 되어 반복 작업이 되었다는군요.

 

지루한 일상은 퇴근 후에 보는 웹소설로 보상을 해줬는데요. 어느 순간 자신도 써봐야겠다 하는 순간이 왔나봐요. 매일 주물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머리로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퇴근 후엔 머리에 든 이야기를 다 쏟아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한 겁니다.

 

글쓰기는 엉덩이의 힘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본업은 따로 있고 글은 글대로 써냈다고 하니 재능이 있거나 아님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을까 했어요. 기우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다른 작가가 엉덩이의 힘으로 작업실에서 글을 쓴다면 김동식 작가는 머릿속이 원고지요 주물공장이 글을 작업하는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탄생한 글들은 좀비 이야기, 몇 세기 후의 늙지 않는 인간들의 이야기, 죽음을 막기 위한 아바타의 등장, 지옥이야기, 죽음의 순간에서 아귀다툼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등 소재도 아주 다양합니다. 어떻게 이런 다양한 이야기 꺼리를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하고 충격을 받았더랬지요. 또 그 이야기들이 결코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서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 같아서 공포로 다가왔어요.

 

하지만 이야기가 이끄는 힘은 감탄 그 자체입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모두가 자신의 색깔을 잃고 회색 인간이 된다는 이야기. 지저세계에선 문화가 하등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받지만 희망을 품으면 인간은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p 12 그것은 바로 희망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놈의 희망. 지독한 희망이었다.

 

희망을 품고 인간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본연의 색깔을 되찾을 때 노래와 그림, 글이 다시 쓸모 있게 되는 유채색의 도시, 각양각색의 인간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메시지가 전 참 좋았습니다.

 

김동식 작가는 온라인 사이트에 글을 쓰면서 댓글에서 배우고 독자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얘기했어요. 내 글이 옳다고 무조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난 아직 많이 부족하니 독자들에게서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그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댓글에서 많이 배우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저와 통하는 면이 있네요. 오늘도 댓글로 배우고 저의 생각을 확장할 생각을 하니 글을 발행하기 직전인 지금 많이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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