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이기적 유전자

꿈트리숲 2020. 1. 21. 06:00

불멸의 삶을 사는 방법

 

제가 작년 1월에 1년 50권 문사철 읽기에 도전했는데요. 여러 독서모임의 지정도서를 읽느라 흐지부지해지고 말았죠. 올해 다시 도전해봅니다. 그 첫 스타트가 <총 균 쇠> 였고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이기적 유전자>입니다. 

 

항상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어서 만만하게 생각되었던 책. 수많은 사람들이 선택했다는 건 재밌거나 쉽겠지 하는 안도감을 줘서 겁 없이 도전하게 했던 책이었지요.

 

그러나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유전자 세상의 이야기에 자괴감 만렙 찍었고요. 함께 읽기를 하고 있어서 완독은 했지만 저의 독서력 바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근래에 다시 읽어 보니 여전히 어렵습니다만 처음보다는 조금 더 이해되는 것도 같아요. 완벽하진 않아도 제가 이해한 선에서 리뷰하는 것도 좋은 기록이겠다 싶어 2020 문사철 50권에 포함시켰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는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출판했던 책인데요. 출판 당시 지식 사회에 끼친 영향은 마치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했던 때와 흡사하다고 책의 첫머리에 나옵니다. 제가 지금 읽어봐도 쇼킹한데, 40여 년 전은 충분한 논쟁거리가 될 수도 있었겠다 싶어요.

 

인간을 포함한 동물 행동에 대한 난해했던 문제들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간결하고 적절한 생물학적 비유로 풀어갔다. (중략) 이제 이기적 유전자론은 정설이 되었으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5쪽)

 

그럼 유전자가 이기적인 이유 한번 들어보실까요?

 

40억년 전 스스로 복제 사본을 만드는 힘을 가진 분자가 처음으로 원시 대양에 나타났다. 이 고대 자기 복제자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그것들은 절멸하지 않고 생존 기술의 명수가 됐다. (중략)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다. (중략)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이며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물의 이기적 행동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 것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6쪽)

 

유전자는 나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오래 살아남는 것에 그리고 자기 복제를 많이 하는 것에만 관심 있지요. 그러니 이기적인 건 본성이겠고 이타적 행동으로 보이는 것도 자신을 오래 남기기 위한 전략일 뿐입니다.

인간 중심의 세상에 살고 있는 지극히 고등 동물인 우리가 한낱 유전자의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니 놀랍지 않으신가요? 유전자의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이 개체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식물도 동물도 우리 인간도 그들의 운반자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갑자기 유전자가 고등의 생명 체고 전 그들의 하수인 같은 느낌이 드는 이 기분!!!

 

저는 유전자가 제 몸을 구성하고 있어 내가 곧 유전자이고 유전자가 곧 저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선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유전자는 나와는 별개의 것이라는 생각이요. 내가 없었던 40억년 전부터 살기 시작했고, 내가 이 지구 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아도 유전자는 다른 몸을 생존 기계 삼아 불멸의 삶을 살겠다 싶습니다.

 

우리가 사후에 남길 수 있는 것은 유전자와 밈 두 가지다. 우리는 유전자를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전자 기계다. (중략) 유전자 자체는 불멸 일지 몰라도 우리 각자의 유전자의 집합은 사라질 운명에 있다. (중략) 번식이라는 과정 속에서 불멸을 찾을 수는 없다. (375쪽)

 

이 책에서는 생명 탄생 이전 스스로 복제 사본을 만드는 자기 복제자, 즉 DNA-유전자가 있다면 인간에게는 모방을 통해 세대간 전달되고 진화되는 '밈(meme)'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인간 사후에 남는 건 유전자와 밈이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나의 고유한 유전자는 몇 세대를 거쳐가면서 희미해져 잊히게 되고 유전자 자체는 살아남는다는 다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다면 '밈'에게 희망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만일 우리가 세계 문화에 무언가 기여할 수 있다면, 예컨대 좋은 아이디어를 내거나, 음악을 작곡하거나, 점화 플러그를 발명하거나, 시를 쓰거나 하면, 그것들은 우리의 유전자가 공통의 유전자 풀 속에 용해되어 버린 후에도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 (375쪽)

 

마치 불멸의 삶을 사는 소크라테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베토벤처럼요.

그래서 저도 어설프고 부족하나마 <이기적 유전자>를 글로 남겨 봤습니다.

728x90

'배움 >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싯다르타  (12) 2020.02.10
도덕경  (10) 2020.02.03
총, 균, 쇠  (14) 2020.01.13
토지 20  (21) 2019.08.12
토지 19  (16) 2019.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