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도덕경

꿈트리숲 2020. 2. 3. 00:04

도와 덕을 실천하는 삶

 

제가 작년에 숭례문학당 학습공동체에서 온라인으로 도덕경 함께 읽기를 했었어요. 신청자가 저 뿐이어서 진행하시는 선생님과 단 둘이 한 달 동안 도덕경을 읽었습니다. 마지막날 블로그에 도덕경 리뷰를 꼭 쓰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1년만에 지키게 되었습니다.

 

도덕경은 노자가 쓴 걸로 알려져 있지만 입으로 구전되고 필사본으로 전해지면서 여러 종류의 도덕경이 생겼났다고 하네요. 지금 우리가 읽는 도덕경은 81장 5,000자 인데요. 논어가 15,000자 정도 된다고 하니 분량면에서 대비됩니다.

 

동양 철학의 대표 사상인 도가 사상이 고작 5,000자 뿐이라니... 그 5,000자 안에 심오한 생각을 다 담았다고 생각하니 노자가 정말 위대해 보입니다. 

 

도덕경이라고 하면 도덕이라는 글자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전 친숙하게 느껴져요. 학교에서 배웠던 도덕 과목이 생각나기 때문인데요. 착하게, 바르게 사는 것, 친절, 질서 등 그런 것에 관련한 내용인가 하고 오해를 하기도 하고요. 또 너무 오래된 얘기가 아닐까 의심도 했어요.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현대와 참 잘 맞는다 싶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철학이 아닌가 생각해요.

 

노자의 도덕경은 도와 덕에 관한 경전입니다. 그럼 노자가 말하는 도와 덕은 무엇일까요?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 - 도덕경 1장)

도란 무엇인가? 여기서 말하는 '도'란 '차도'니 '인도'라고 할 때와 같이 물리적인 길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도' 같이 인륜을 나타내는 윤리적인 뜻의 도리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감지할 수 있고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원한 도는 근본적으로 형이상학적이고 우주적인 의미의 무엇이다. (20쪽)

 

도를 도라고 부르면 이는 진정한 도가 아니고, 이름 지을 수 있는 이름은 진정한 이름이 아니다 라는 뜻으로 첫 문장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도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다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 개념에 맞춰 형상화가 됩니다. 도가 무엇이라고 상상하게 되면 상대적인 개념이 생겨서 노자가 말하는 절대적이며 근원적인 진리와는 차이가 생깁니다. 정지영이라는 이름이 나를 표현할 수는 있지만 제가 곧 정지영은 아니듯이요. 

 

도는 볼 수도 만질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예를 지켜 사회의 질서를 바로 잡으려고 했던 공자의 유가 사상과 비교를 해보면서 그나마 조금 이해가 쉬웠어요. 

 

유가와 도가는 분명히 차이가 있긴 합니다. 유가는 채우고 채우고 채워서 그 높이를 우주의 높이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고 보고, 도가는 비우고 비우고 비워서 우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는 것이거든요.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182쪽) 

 

최진석 선생님의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을 참고하시면 도덕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유가 사상에서는 정해진 목표가 있습니다. 군자가 되는 것이지요. 인을 실천하고 예를 잘 알아서 군자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이 배움의 과정인데요. 그래서 배움을 계속 채워가야 합니다. 채우는 과정에 남보다 앞서기 위한 경쟁도 필수가 되겠죠. 반면 도가에서는 물처럼 되는 것을 이상향으로 꼽았어요. 물은 경쟁하지 않고 늦는다고 잘못된다고 나무람도 없습니다.

 

도道는 모든 것을 낳고,

 

덕德은 모든 것을 기르고,

 

물物은 모든 것을 꼴지우고,

세勢는 모든 것을 완성시킵니다. (도덕경 51장 中)

 

도는 만물을 낳고 덕은 만물을 기른다고 한다. 도와 덕은 물론 본질적으로 같지만 도가 본체론적인 면을 가리킨다면, 덕은 도에서 나오는 내재적 창조력이나 그 작용을 가리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236쪽)

 

도가 우주의 근본 원리라면 덕은 도의 작용, 즉 형상으로 드러나는 것인 것 같아요. 도와 덕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붙어 있으면서도 둘로 표현되고요. 이 세상 만물의 근원이 됩니다. 도덕경이 5,000자에 불과하지만(사실 이 분량도 저에겐 만만치않아요) 각 장의 내용들 하나하나가 생각할 꺼리를 많이 던져줘서 가볍고도 무거운 책이라 할 수 있어요.

 

81장 중에서 오늘은 한 장만 소개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입니다.

물은 온갖 것을 위해 섬길 뿐,

그것들과 겨루는 일이 없고,

모두가 싫어하는 곳을 향하여 흐를 뿐입니다.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장 가까운 것입니다. (도덕경 8장 中)

 

첫 문장이 그 유명한 '上善若水(상선약수)' 입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은 것.  물은 겨루지 않는 것이라고 위에서도 언급했는데요.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는, 만물의 생명수이지만 그것조차 일부러 의식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존재 자체가 남에게 이익을 주도록 되어 있다는 거죠. 신영복 선생님은 담론에서 상선약수를 설명하시면서 연대를 말씀하셨어요. 연대는 물처럼 낮은 곳과 하는 것이라면서요. 약자와 연대하여 바다를 만들어내는 것이 곧 상선약수가 되는 것이죠. 

 

사람과의 만남이 곧 연대라고 하시며 이건 전략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라고까지 하셨습니다. 물처럼 살면서 나의 이웃과 연대하는 것, 나보다 약자를 더 이롭게 하는 것, 이것이 노자가 말하는 도와 덕을 실천하는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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