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가끔 영화

인터스텔라

꿈트리숲 2020. 3. 12. 06:00

 

 

인구에 회자 되는, 그래서 꼭 봐야 하는 거라며 적극 권유를 받았던 영화, ‘인터스텔라’를 이제야 보게 됐어요. 2주 전쯤 봤던 것 같은데, 러닝타임도 길고, 과학 용어도 많이 나와서 이해가 안 되는 버퍼링 구간이 좀 있었습니다.

 

같이 봤던 남편과 딸은 슬프다며 눈물을 훔쳤지만 저는 영화에 등장한 과학이론이 궁금해서 감동은 잠시 접어뒀어요. 

 

며칠을 시간, 중력, 상대성 원리, 등가 원리... 등등을 찾다가 영화가 아니라 점점 물리와 천체과학에 빠져들 것만 같아요. 문과 출신인 제가 인터스텔라를 온전히 이해하는 건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코스모스>를 읽었다는 자부심으로 어려운 이론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 발버둥쳤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2000년 쯤으로 기억하는데요.  [메멘토]라는 영화를 보고 알게됐지요. 그때도 영화를 보고 나와서 무슨 내용이야? 하며 이해가 안된다고 머리를 저었는데, 20년이 흘러 만난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로 저를 또 한 번 놀라게 하네요.

 

영화는 2067년 재앙의 행성인 된 지구의 모습을 비춰주며 시작하는데요. 미세먼지를 넘어서 황사가 온 나라를 뒤덮어 식량 부족으로 인류는 배고픔에 허덕입니다. 병충해로 밀은  사라졌고 남은 건 옥수수 뿐이에요. 그런데 옥수수 마저도 곧 사라질 위기입니다. 바깥 활동은 거의 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흡사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격리되는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과학은 모르는 걸 인정하는 것."

 

인류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이주할 계획을 세우는데요. 가능성 있는 12개의 행성에 비밀리에 대원들을 파견해서 조사하게 했죠. 그중 3개 행성에서 신호가 왔고 그 신호를 좇아 쿠퍼와 브랜드 일행이 행성 탐사를 떠납니다. 모르는 것이 여전히 많은 미지의 세계로 탐험가의 순수한 호기심을 안고서 말이죠.

 

쿠퍼에겐 아주 영리한 딸, 머피가 있는데요. 쿠퍼는 딸에게 머피가 아빠 나이쯤 되면 돌아오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언제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음을 눈치챈 머피는 유령이 전한 메시지를 보여주며 아빠더러 떠나지 말라고 하죠. 그 유령은... 짐작되시나요?


 

 

"부모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유령 같은 존재가 되는 거지."

 

쿠퍼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기꺼이 유령이 되기를 자처합니다. 지구 행성에선 더 이상 희망이 없기에 딸과 아들을 위해, 그들에게 희망의 미래를 선물해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죠.

 

쿠퍼가 우주에서 동면하는 동안, 다른 행성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블랙홀 근처에서 배회하는 동안 머피의 시간과는 달리 흐를 거라고 얘기하는데요. 쿠퍼가 우주에서 시간에 쫓기며 임무를 실행하는 동안 머피는 벌써 장성한 과학자가 되어있었죠. 공간을 초월해간 시간 앞에서 아빠와 딸의 간극은 그들이 함께하지 못한 추억만큼이나 커져 버렸습니다.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유일한 것이에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믿지 않는 쿠퍼가 시간의 차원으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딸의 과거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어떻게든 블랙홀의 비밀, 중력의 원리를 알려줘야만 했습니다. 그걸 전해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사랑이었어요.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으로 인류를 구원할 메시지가 머피에게 전달되는 순간입니다.

 

영화 마무리쯤 파파할머니가 된 딸과 지구를 떠날 때 모습 그대로인 아빠가 재회하는 장면이 있어요. 자식을 위해 기꺼이 유령 되기를 자처했던 아빠와 그런 아빠의 사랑을 오랜 시간 포기하지 않았던 딸은 시공간을 함께하지 않았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마치 중력처럼요.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지금 우리에겐 시공간을 초월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전 인류, 전 지구를 위한 사랑의 메시지가 빛의 속도로 우리 앞에 나타나면 좋겠어요. 중력이 끌어당기 듯 머피의 법칙이 아니라 줄리의 법칙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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