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가끔 영화

히든 피겨스

꿈트리숲 2020. 6. 12. 06:00

얼마 전 미국의 흑인 남성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죠. 이 남성은 비무장 상태였음에도 경찰이 무릎으로 숨을 못 쉬게 압박하여 사망에 이르렀는데요.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연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도 사망한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지고요. 축구선수 이동국씨는 골세러머니를 한쪽 무릎 꿇는 자세를 취하며 애도를 표하기도 했었어요. 이제 인종차별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되었어요. 차별은 미국을 넘어서 우리의 문제도 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차별 없는 자유 국가라고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진 관습과 인습에는 그 습성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남녀차별 성차별 지역 차별을 완전히 뿌리 뽑지 못한 것처럼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저는 예전에 봤던 영화 한 편이 생각났었습니다. 영화를 인종차별이 저 정도까지였구나 하며 놀랐었는데요. 그러면서도 차별을 딛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이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박수를 치고 응원했던 영화입니다.

 

흑인 여성은 두 개의 벽을 부숴야 자신을 드러낼 수가 있어요. 흑인이라는 벽 하나, 그리고 여성이라는 벽 하나 더요. 영화 <히든 피겨스>는 뛰어난 인물임에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세 명의 흑인 여성을 통해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1960년대 소련과 미국이 누가 먼저 우주에 깃발을 꽂느냐로 경쟁하던 시기 NASA에서 일하던 캐서린, 도로시, 메리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이중의 장벽을 뛰어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차별이 상상 이상이었음을 알겠더라고요.

 

차 망가진 건 죄가 아니야. 흑인인 것도 마찬가지지

캐서린, 도로시, 메리는 아침 출근길에 차가 고장 나서 기계에 능숙한 도로시가 이리저리 고쳐보려 합니다. 어느새 경찰이 출동했어요. 경찰이 그러죠. “여기서 고장을 내면 어쩌자는거요?” 하고 말이죠.

 

차가 장소 봐가며 고장을 낸답니까. 정말 어처구니없는 멘트에요. 그럼에도 흑인 여성들은 백인 경찰을 화나지 않게 하려 조심합니다. 나사 신분증으로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출근하는 장면은 통쾌함을 주더라고요.

 

천재성엔 인종이 없다.

우리가 앞설 기회를 가지기만 하면 항상 결승선을 바꾼다.

우주 업무 부서에 계산원으로 발령받은 캐서린. 그녀에겐 숫자 계산 이외는 아무것도 할 권리 주어지지 않는데요. 수학 천재로 인정받아 어린 나이에 대학 전 학년 장학금을 받고 다닌 인재를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또 여자라는 이유로 단순한 계산만 주문하는 겁니다.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캐서린의 수학 능력은 그녀를 백인 남성만 참여할 수 있었던 비밀 브리핑에도 들어가게 해줍니다. 그 후 달 탐사와 우주 프로젝트에 캐서린도 당당히 참여하게 되죠.

 

강인함엔 남녀가 없다.

난 나의 피부색을 바꿀 수가 없어요.

메리는 나사 최초, 미국 최초의 여성 항공 엔지니어가 되는데요. 메리가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신청서를 냈더니 규정이 바뀌었다며 거절당합니다. 새로 바뀐 규정은 백인만 다니는 대학교에서 학위를 이수해야만 한다는 것이었어요. 메리는 재판에서 판사의 판결까지 받고서야 대학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용기엔 한계가 없다.

차별과 평등은 달라. 그것이 당연하다 여기면 바로잡을 수 없어.

기계를 잘 다루는 도로시는 IBM이라는 대형 계산기가 나사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제 계산원의 시대는 저물겠다 예상합니다. 그래서 컴퓨터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는데요. 백인이 와서 얘기합니다. 소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으니 당신네 구역에서 책을 보라고요. 도서관조차 백인과 유색인 구역이 나눠져 있습니다. 화장실은 말할 것도 없고요. 버스를 타면 흑인은 뒷자리에만 앉아야 하죠. 지금 시대와 비교해보면 너무나 부당한 차별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고 있었어요. 오로지 백인들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더라고요.

 

세 명의 여성은 인종차별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넘고, 남녀차별이라는 유리천장도 깨뜨렸습니다. 세 명 다 최초의 수식어를 달고 나사에서 손꼽히는 인재로 이름을 남겼지요. 캐서린은 자신의 이름을 딴 건물도 나사 안에 건축이 되었고요. 대통령이 수여하는 메달도 받았습니다.

 

차별이라는 장애물에 맞서 물러섬없이 당당히 나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 실화여서 더 감동적이고 재밌었는데요. 그녀들이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천재성과 강인함과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었습니다. 전 그 점이 조금 아쉬웠어요. 능력이 있건 없건 그냥 인간으로 존중받았으면 해서요. 흑인 백인을 가르지 않고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자 여자를 초월해서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소중하게 생각되고 존중받으면 좋겠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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