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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MAYBE 너와 나의 암호말

꿈트리숲 2020. 3. 17. 06:00

 

 

TV를 주말에만 그것도 토, 일요일 각각 한 프로씩만 보는 저에게 연예인은 제가 보는 프로에 나오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는 제가 보는 시간에 광고 출연하는 사람들이 유명인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중년 남성이지만 한국의 보통의 중년과는 다른 듯한 이미지로 광고에 등장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양준일. 어! 저 사람 예전에 본 것 같은데? 하며 검색해보니 요즘 탑골 지디로 명성이 자자하더라고요.

여기서 잠깐! 탑골이라하면 ‘온라인 탑골 공원’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90년대를 위주로 과거 유행했던 연예인, 컨텐츠를 향유하는 사람 혹은 컨텐츠를 아울러 지칭하는 말(네이버 어학사전)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탑골 지디는 90년대판 지디(지드래곤)라고 할 수 있겠죠. 지디는 요즘 봐도 시대를 앞서간다 싶은데, 90년대 지디는 그때 당시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십 대인 제게 가수 양준일은 너무 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반짝했다 사라지는 그저그런 연예인이었어요. 시대를 잘못 만난 가수는 그렇게 잊혀져 갔네요.

 

‘시대를 앞서갔다’는 말은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사실이 아니다. 이전에 활동하던 시절, 내가 앞서간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다만 무언가 맞지 않는다는 건 느꼈다. (122쪽)

 

 

 

21세기에 20세기 가수를 소환하는 프로그램 슈가맨에서 그는 시대를 앞서갔던 자신만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습니다. 바야흐로 양준일의 전성기가 열린 거죠. 그의 핫한 인기에 힘입어 양준일의 첫 에세이도 출간되었습니다. <양준일 MAYBE>가 그것인데요. ‘너와 나의 암호말’이라는 부제가 붙었어요.

 

양준일이라는 이름이 저에겐 낯선 세계의 언어 같았다면 <양준일 MAYBE>를 읽고선 그의 과거와 현재가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한 마디로 ‘양준일’이란 암호를 해독하게 된 거죠.

 

너무 튀어서, 시대를 앞서가서, 혹은 시대와 맞지 않아서였을까요? 한국에서의 가수 생활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몇 년간의 짧은 연예계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서는 영어 선생님으로 미국에서는 서빙과 청소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생활을 이어갔다고 해요.

 

 

 

순탄치 않은 한국 생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은 가수 활동, 시대를 잘못 만난 아쉬움 등 복잡한 상황들이 겹치면 누군가를 미워할 법도 한데 그는 삶을 달관한 듯한 말을 합니다. 마치 철학자 처럼요.

 

누군가를 미워하려면 너무 큰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좋아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중략) 뜨거운 냄비를 맨손으로 얼마나 오래 잡고 있을 수 있을까? 뜨거우면 나만 아프니까 내려놓는 것이다. (125쪽)

 

 

 

그런 와중에도 양준일은 아내와 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려는 가장의 책임감을 져버리지 않는데요. 전 이 부분에서 그와 같이 마음이 저릿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팬들의 요청으로 30년을 거슬러 시간여행이라도 한 듯이 우리 앞에 나타난 그는 우리 모두가 시간여행자라고 말합니다. 하루에도 과거와 미래를 몇 번씩 왔다 갔다 한다면서요. 그런 우리가 있었기에 과거에서 그를 소환해 올 수 있었겠죠. 우리에겐 과거에서 온 그 이지만, 양준일은 그때도 지금도 시간 위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시간 위를 자신의 속도대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자는 인기와 상관없이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노래와 춤에 집중하고 싶다고 합니다.

 

인기가 높아졌다고 변하고 싶지 않다. 인기가 떨어지면 또 변해야 하니까.(...) 지금의 인기와 관심도 언젠가는 사그라지겠지만. 처음 가수를 꿈꿨을 때 노래나 춤을 향한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한다면 행복한 가수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150쪽)

 

이런 속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그라면 maybe

아마도... 어둠 속에서도 빛을 만나지 않을까요. 

 

‘MAYBE’라는 단어엔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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