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있으려나 서점

꿈트리숲 2020. 3. 27. 06:00

나를 즐겁게 하지 않으면서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해요. 인생은 복잡하지 않아요. 걱정하고 웃고, 걱정하고 웃고, 그런 일의 연속이죠. 그러니 저처럼 용기를 내세요. (자존가들, 요시타케 신스케 인터뷰 中)

 

얼마전 읽었던 자존가들에서 만난 일본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말입니다. 자신을 즐겁게 하면서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그의 책이 궁금해졌습니다.

 

<있으려나 서점>, 소설일까 에세이일까... 궁금증과 설렘을 안고 도서관을 찾았는데요. 요즘 시립 구립 가릴 것 없이 모든 도서관이 문을 닫았죠. 다행히 저는 근처 대학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어서 책 갈증을 풀고 있습니다.

 

<있으려나 서점>을 읽고 있으니 만화가 김보통 작가가 생각납니다.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소소한 재미를 주고 따쓰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요. 그림체가 모나지 않고 동글동글해서 마치 <살아! 눈부시게>의 ‘고독이’를 연상케도 하는군요.

 

있으려나 서점은 어느 마을의 변두리 한 귀퉁이에 있는 서점 이름이에요. 책과 관련된 책을 전문으로 취급하죠.

 

누구라도 ‘혹시 이런 책 있을까?’하고 방문하면 대개는 “있다마다요!”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손님들이 어떤 책을 찾으러 서점을 방문하는지, 그들이 찾는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조금 희귀한 책’을 찾는 손님에겐 ‘작가의 나무 키우는 법’, ‘세계의 팝업 그림책’, ‘달빛 아래에서만 볼 수 있는 책’, ‘둘이서 읽는 책’ 등을 추천해줍니다. 둘이서 읽는 책은 가족용으로 셋이서 읽는 책이 되기도 하는데요. 사랑하는 두 사람, 상사와 부하, 엄마 아빠 자녀 이렇게 세트 책을 읽다 보면 멀어졌던 사이가 가까워질까요? 아니면 그나마 남아있던 정마저 떨어질까요?

 

‘책과 관련된 이벤트’에 대한 책을 찾으러 온 손님에게도 역시 다양한 책이 선보입니다. 그중에 ‘서점 결혼식’ 책을 잠깐 소개드리자면요. 책을 좋아하는 남녀가 서점에서 결혼식을 합니다. 도서 운반용 카트를 타고 신랑 신부 입장을 하고요. 신랑 신부의 성장 스토리 동영상은 독서 이력 동영상이 대신하지요. 웨딩 케익 커팅은 책을 펼쳐놓고 책갈피 끼우는 걸로, 우인들에게 던지는 부케는 책이 대신합니다. 이런 결혼식, 참 재밌을 것 같아요. 전 아직 서점 결혼식을 했다는 얘기를 못 들어봤어요. 누군가 제게 결혼식 컨셉을 물어본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네요.

 

있으려나 서점에는 책과 관련된 도구도 갖추고 있습니다. 전 독서 보조 로봇이 탐나더라고요. 시끄러운 곳에서는 귀마개가 되었다가, 독서를 격려해주고, 잠을 자면 깨워도 준대요. 책 읽고 감상을 얘기하면 리액션을 곁들여 감상평 해주고요. 책갈피 기능도 장착했습니다. 그런데 책갈피 기능으로 쓰일 땐 왠지 독서 보조 로봇이 좀 짠해 보여요. 무릎 꿇고 한 손은 책 사이에 끼워 넣은 채 묵묵히 책만 바라보는 로봇. 저는 책갈피 기능은 삭제하렵니다.

 

‘책에 대한 책’을 찾는 손님에게 추천해준 책 중에 ‘책, 그 후’가 있는데요. 다 읽은 책, 수명을 다한 책은 책 재활용 센터로 보내져요. 거기서 종이, 글자, 이야기, 작가의 감수성 등으로 다 분류가 됩니다. 그중 이야기는 다시 미세한 감정으로 분해해서 사회 속에 녹아들게 하고요.

 

작가의 감수성은 전문 기술자가 선발한 ‘미래의 작가’에게로 몰래 전수된다고 하는데요. 그 감수성 침을 ‘나한테도 좀 쏴주지’ 하고 내심 바랐습니다. 저는 아직 전문 기술자의 선발 기준에 들지 못했나 봐요. 여태 목 언저리가 따끔했던 적이 없었던 걸 보면요.

 

있으려나 서점에 책과 관련된 모든 책이 있는 것 같지만 단 하나 없는 책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확실한 베스트셀러 만드는 법, 그런 책은 아직 없다고 하네요. 그건 아마도 베스트 셀러가 되길 바라고 이 세상에 나왔다가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고 잊혀질 책들이 있으려나 서점으로 다 모여서가 아닐까 싶어요. 있으려나 서점 서가에 꽂힌 책들은 누군가에게로 가서 그 사람만의 베스트 셀러가 되는 꿈을 꾸고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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