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Anything is Possible

꿈트리숲 2020. 3. 31. 06:00

제가 3월 한 달을 영어 원서 함께 읽기를 하며 보냈습니다. Elizabeth Strout의 <Anything is possible>을 리딩 메이트들과 함께 읽었지요. 이런 두께의 영어 소설은 실로 오랜만에 읽어봅니다. 한 달 내내 영어 사전과 씨름해가며 간신히 완독은 했는데요.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깊은 속내를 이해 못한 것 같아 우리말 번역서의 힘을 좀 빌어봤습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로 재독을 하며 가렵던 곳 시원하게 긁고, 갈증도 해결할 수 있었어요.

 

책은 한 권 안에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세 들어 있는데요. 각각의 단편은 독립적이면서도 앞 뒤의 단편들과 연관이 되어있어 단편이면서 장편 같은 느낌을 줍니다. 마치 작은 조각들이 서로 연결되고 묶여서 큰 이불을 만드는 조각 이불처럼 단편을 연결하여 소설책 한 권을 엮었습니다. 읽는 이의 입장에선 한 단편의 주인공들이 다음 단편에선 어떤 이야기 속에 등장할까? 내지는 어떤 인물이 다음 편의 주인공일까? 하는 기대가 더해져서 읽는 내내 호기심을 놓칠 수 없었어요.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가상의 마을 앰개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때론 과거 회상으로 앰개시가, 어느 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앰개시가 등장하는데요. 앰개시 마을에서 각자가 경험한 고통과 상처로 인해 평생을 그 영향 아래에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고통은 가난이기도 했고, 부모의 부재이기도 했으며, 어떤 이에게는 전쟁의 트라우마였고, 어떤 이에게는 수치심이었으며, 지독한 외로움이기도 했지요. 고통을 겪으며 성장한 인물들은 어른이 되어 과거의 일들을 모두 잊은듯 하지만 어느 순간 불쑥 올라오는 아픈 기억으로 감정의 격랑기를 보내게 됩니다.

 

삶의 어느 순간, 나를 관통했던 고통은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음에 그리고 기억에 문신처럼 새겨져서 보이고 싶지 않을 때 내 의사와 무관하게 드러나는 법이죠. 감추고만 싶을 때 나타나는 고통은 때론 수치심의 가면을 쓰기도, 외로움의 옷을 입기도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 상처를 사람으로, 사랑으로 치유 받고 있습니다.

 

This was the skin that protected you from the world-this loving of another person you shared your life with. (54쪽)

 

패티는 어렸을 때 엄마의 외도로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어요. 그 상처가 남아 있어서 타인의 시선과 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남편이 있어 바깥 세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는 제 2의 피부를 가지게 된 셈이지요.

 

상처를 치유해주는 사람이 때로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일 때도 있는데요. 도티와 찰리 그리고 에이블과 링크 매켄지 사이가 그렇습니다. 도티는 지독한 가난을 이겨내고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고, 찰리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후 전쟁 트라우마로 여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인과 손님으로 만난 단 하루, 그 인연으로 도티는 수치심을 찰리는 전쟁의 공포를 보듬게 됐습니다.

 

To listen to a person is not passive. To really listen is active, and Dottie had really listened. (204쪽)

 

도티는 듣는 척이 아니라 진심으로 찰리의 이야기를, 무언의 제스처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녀의 경청은 찰리로 하여금 영혼을 씻어내는 눈물을 기꺼이 흘리도록 했어요. 가난이 티가 날까봐 사람들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도티가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한 영혼을 구제할 수 있었던 건 곁에서 들어주기였네요. 진심을 다해서요.

 

한편 손녀의 장난감을 찾으러 불 꺼진 극장에 갔던 에이블은 영혼 없이 스크루지 연기를 한 링크 매켄지를 마주합니다. 인형만 찾아서 당장 떠나고 싶었던 분위기에서 갑자기 그가 친구처럼 다가오는 순간, 그 순간은 하늘을 날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죠. 심장마비가 재발해서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도 한없이 웃음을 짓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에게 온전한 깨달음이 왔기 때문인데요.

 

He opened his eyes, and yes, there it was, the perfect knowledge: Anything was possible for anyone. (254쪽)

 

내것인 듯 내것 아닌 내것 같은 고통과 상처, 우리는 사람에게서 위로받고 사랑으로 치유합니다. 아는 이든 낯선 이든 나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들어주는 이를 만났을 때 우리는 혹은 그 누구라도 무엇이든 가능하지 않을까요.

 

영어 원서 함께 읽어주신 리딩메이트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들과 함께라면 영어원서 읽기, 무엇이든 가능하다였어요.

1:1 코칭해주신 쥬디님께도 감사드려요.

 

영어 원서 함께 읽기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 클릭하셔서 쥬디님의 블로그 참고하시면 도움되실 거예요.

https://blog.naver.com/luxbabyworld

 

JUST BETTER LIFE for INSPIRATIONS : 네이버 블로그

달콤함을 나누겠습니다! Just Better Life for Inspirations. - 원서리딩으로 배우고, - 책과 육아로 소통하는 공간 <나를 잃기 싫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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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디님의 책을 먼저 읽어 보시는 것도 추천드리는데요, 꿈트리의 리뷰 한 번 보고 가셔도 좋겠지요.

2019/09/20 - [배움 tree/책] - 나를 잃기 싫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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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되찾는 일 한때 저희 가족 세 명 중에서 제가 영어를 제일 잘했어요. 잘했다는 수준이 원어민과 프리토킹이 되고, 원서 읽고, 영화를 자막 없이 본다? 그런 거 하고는 절대 거리가 멀고요. 그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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