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가끔 영화

영화 - 리틀 포레스트

꿈트리숲 2018. 5. 30. 13:31

3월에 본 리틀 포레스트~~ 뒷북 후기입니다.^^

 

제목과 영화 포스터를 봤을 때 뭔가 심심한 다큐 같은 필이 빡 와서 왠지 가족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첫인상이었어요. 3월 어느날 비오는 주말, 갈 곳도 할 것도 없어서 영화나 보자고 리스트들을 쭉 보는데, 볼만한게 하나도 없는거에요. 그래서 선택한 영화가 리틀 포레스트였는데, 왠걸요 이 영화를 안봤음 정말 어쩔뻔했나 할 정도로 좋은 영화였습니다. 가족 모두 완전 강추 영화, 인생 영화됐어요!^^

 

나이 들면서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계속 바껴요. 10대 때는 홍콩 느와르, 헐리우드 액션 영화에 푹 빠져있었고, 20대 때는 나름 작품성 있는 영화, 유명한 감독 영화 위주로(19금 위주-.-) 봤구요. 30대 때는 아이 취향 절대 반영해서 디즈니, 픽사, 지브리 애니 등 전체관람가만 주구장창 봤어요. 40대 들어와서는 왠지 잔잔한 영화, 심심하면서 생각할 것 많은 영화, 두고두고 생각나는 영화 위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어요.

 

리틀 포레스트는 쌍엄지 척, 별점 5점 주는 영화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3無 영화에요.

폭력, 욕, 불륜이 없어요.(덤으로 기업암투, 출생의 비밀도 철저 차단)

제가 싫어하는 막장 코드는 하나도 없어요. 감독님께 정말 감사합니다. 막장 요소 다 빼고도 요렇게 재미난 영화를 만들어 주셔서요. ㅎㅎ

 

둘째, 맛있는 음식이 많이 많이 나와요. 대표적으로 아카시아 튀김, 막걸리, 얼큰수제비, 시루떡. . . 와~~ 지금 생각해도 다시 침이 꿀꺽합니다. 영화 보고 나서 실제 해먹었던 음식이 몇개 있을 정도로 눈으로 봐도 맛이 넘쳐요.

 

셋째,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스크린에 그대로 담았어요. 함박눈이 내린 한겨울의 따스함, 찌는 듯한 여름의 시원함, 싱그러운 봄의 눈부심, 총천연색 가을의 풍요로움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골고루 아름다웠어요.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로 대표되는 청춘의 치열함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때로는 스며들기도 하고, 가끔은 느리게 흐르기도 하면서 도시에서는 결코 채울 수 없었던 존재의 허기를 달래는 듯 했어요. 또 오락거리 없는 농촌에서 젊은 청춘들은 우정으로 그것을 충당하기도 하더라구요.

 

보면서 시골 마을의 풍경이나 농사짓는 모습이 저에게는 전혀 낯설지가 않았어요. 저의 시댁이 농촌이여서 그럴거에요. 태풍에 쓰러진 벼를 보며 한숨짓는 고모가 저의 시어머니 모습이고, 닭을 던지며 웃음짓던 동네 어르신은 돌아가신 저의 아버님 모습 같았거든요.

농촌의 모습은 자연속에서 더디 흐르는 시간을 영상으로 본다면 더없이 힐링되는 모습이죠. 하지만 실제 그 속에서 노동하는 모습은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힘들고 때로는 전혀 힐링이 안되는 순간들이 많아요. 초록 물결, 황금 들판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동력이 투입되어야 하니까 농촌의 겉과 속은 수박의 겉과 안의 색깔처럼 전혀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눈으로 보고 즐긴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으니 영화로 만나는 농촌의 자연, 맘껏 눈에 담고 싶어요. 영화는 청춘들의 얘기지만 저는 자연의 고마움을 생각했어요. 언제나 제때 꽃피우고 열매 맺고, 눈이 피로할땐 초록을 보여주고, 마음이 허할땐 황금들판을 안겨주니 이보다 더한 선물이 어디있겠어요.

 

감사한 자연에게 보일러 놔드릴수는 없고ㅠㅠ. . . 깨끗하게 잘 빌려쓰고 다음 세대에게 자연을 놔드려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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