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꿈트리숲 2020. 4. 9. 06:00

<풀꽃>의 시인 나태주 작가의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에는 프롤로그 글이 세상 모든 아빠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딸들은 애당초 꽃다발로 왔고 그 향기로 왔다. 딸을 기르면서, 딸과 같이 살아오면서 딸로 해서 아버지들은 처음 알게 되는 생의 기쁨과 행복을 만나기도 했으리라. 어른으로 자란 뒤에도 딸들은 아버지들의 마음과 느낌의 고향으로 언제까지고 맑은 샘물이 되어주고 있을 터. (중략)

 

세상의 모든 아비들에게 딸들은 폭풍우 거센 난바다에 내려진 깊고도 푸르른 닻. 비 개어 멀리 하늘에 뜨는 무지개. 아니면 손 흔들어 내일을 약속하는 흰 구름. 애당초 축복이었고 선물이었다. 마음 안에 숨겨둔 보석이었다. (8~9쪽)

 

작년에 선물 받고 후루룩 한번 다 읽고서 가끔씩 또 꺼내어 봅니다. 딸을 향한 아빠 마음이 뚝뚝 묻어나는 시들로 꽉 채워진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가 이 봄에 또 생각이 나네요.

 

저도 저의 아빠에게 축복이고, 선물이고, 보석이었을텐데... 살면서 많이 잊고 살아가요. 남편이 딸을 향한 마음을 표현할 때면 저렇게도 사랑스러울까 싶다가 '나도 우리 아빠에게 저렇게 사랑스러웠겠지' 하고 느낍니다.

 

어른이 된 딸은 아빠의 마음을 남편을 보면서 알게 되네요.  제가 아빠의 마음에 축복이고, 선물이고, 보석이었음을요.

아빠들은 그런 딸을 보며 직장생활에서 상처난 마음의 구멍을 메우고, 상사 눈치보느라 한껏 구겨진 자존심을 펴게 됩니다.

 

아빠도 사람인지라 외롭고 쓸쓸한 때가 왜 없을까요? 힘들고 지칠 때가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기쁨과 행복의 원천인 딸 앞에서는 언제나 스마일 맨이 됩니다. 가장 예쁜 생각을, 가장 재미난 세상을, 가장 아름다운 행복을 주고 싶기 때문일테죠.

 

선물

 

선물을 주고 싶다고?

선물은 필요치 않아

네 얼굴과 네 목소리와 너의 웃음이

나에겐 선물이야

너 자신이 나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오직 하나뿐인 선물이야

 

네가 그걸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아빠의 그 마음을 지금은 알 것 같아요.

 

 

대화

 

우리 딸아이보다 더 예쁜

여자아이를 이적지 본 적이 없어요.

그건 나도 그래요.

 

어느 날 딸아이 어렸을 적

사진 꺼내놓고 아내와 내가

구시렁 구시렁.

 

우리 집에선 남편과 딸 그리고 저까지 셋다 콩깍지가 안 벗겨졌나봐요. '세상에 네가 제일 이쁘다, 내가 제일 귀엽다'며 어릴 적 사진 볼때마다 이구동성입니다. 아마도 영원히 벗겨지지 않을 콩깍지이겠죠.

 

아빠의 마음은 언제나 꽃밭입니다. 한겨울 땅이 꽁꽁 얼지라도 말이예요. 딸의 웃음에 딸의 어리광에 사시사철 꽃이 질 때가 없으니까요. 그 꽃밭에 돋자리 하나 허락해줄까요? 봄나들이 못가는 대신 남편 마음속 꽃밭에라도 마음껏 뒹굴거리고 싶습니다. 

 

흐드러진 벚꽃 길을 걸으며 예쁜 꽃에 취하다가도 남편은 이내 집에 두고 온 딸을 생각합니다. 이 좋은 걸 함께 보면 더 좋겠지 하고요.  전 꽃 생각만 했는데... 딸의 입으로 맛난 음식이 들어가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고 남편은 늘 말합니다. 전 아직 그 경지까지는 아니어서 내 배가 불러야 배부른거라 알고 있습니다.

 

딸을 향한 부성애에 비하면 저의 모성은 아직 2% 부족한가 봐요.

 

세상의 그 어떤 꽃보다도 예쁜 꽃,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아빠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빠에게는 딸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대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시를 읽으며 아빠에게 감사함과 남편에게 고마움이 함께 차오릅니다. 제 곁에서 등대가 되어주고 또 딸에게 등대가 되어주어서요.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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