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꿈트리숲 2020. 7. 14. 06:00

 

 

저는 매일 아침 김민식 피디님의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서 올라오는 글을 한편씩 읽는데요. 매일 소개해주시는 책 보면서 언젠가 저 책은 꼭 읽어봐야지 하며 찜 리스트에 저장해두곤 합니다.

 

찜 리스트에 저장해둔 건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까먹지 않더라고요. 지난주에 도서관 나들이 갔다가 책꽂이도 아니고 북 선반에 얼굴을 들고 서 있는 책을 발견하고는 무척 반가웠습니다. 빨간색 표지가 ‘오늘은 나 읽을거지?’ 하면서 저를 유혹하는 것 같았어요.

 

이슬아 작가의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소개합니다.

작년 2월에 <채널예스>에 나온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또 인연이 닿아 책 리뷰를 쓰게 됩니다. 인연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정말 알 수 없어요.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이슬아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출처인 엄마, “복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 시작이 엄마 복희와 아빠 웅이의 인연입니다.

 

국어 교사가 되고 싶던 복희는 대학 국문과에 합격했다는 통지서를 받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을 포기하고, 시를 써서 문예창작과에 합격한 웅이는 학교에 적응 못해서 그만둡니다. 둘은 자동차 부품 상가에서 만나요. 부품을 사다가 찌리릿 눈이 맞았던 건 아니고요.

 

각자가 부품 상가에서 일하던 직원으로 만난 거죠. 복희, 웅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대학을 갔더라면 아마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 책은 세상에 못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시를 좋아하고 시간 나면 주로 책을 읽었던 부모의 DNA는 이슬아 작가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된 것 같아요. 만화를 그리고 잡지사 기자를 하며 <일간 이슬아>라고 매일 에세이 한편씩 써서 독자들에게 발송을 하는 등 글로 자신의 밥벌이를 성실히 하는 모습이 그걸 증명합니다.

 

저는 상인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상인보다 더 멋있는 것이 되고 싶었습니다. 다만 베니스의 상인에 관한 이 이야기는 참으로 매혹적이었습니다. 저는 낮잠에서 깬 뒤 그 책을 앞뒤로 훑어보았습니다. 그때 보았습니다.

지은이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때 처음으로 셰익스피어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20쪽)

 

상인의 딸로 태어나 상인의 딸로 자란 작가는 열 살 때 ‘베니스의 상인’을 읽고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복희씨 웅이씨의 유전자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에요.

 

전 작가의 엄마 아빠가 보여주는 ‘부모라면 이래야지’ 하는 에피소드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남편과 저도 아이에게 열린 마음을 많이 보여주는 엄마 아빠라고 생각했는데요. 복희씨와 웅이씨에게는 명함도 못 내밀겠더라고요.

 

에피소드 1.

복희씨와 웅이씨가 산업잠수요원으로 아프리카 앙골라로 3개월간 떠나게 됩니다. 열여덟, 열일곱 남매만 집에 두고요. 산 중턱 주택에 살던 작가는 학교 갈 일이 막막해졌는데, 아빠가 스쿠터 한 대와 원동기 면허 시험 문제집을 던져주고 떠났습니다.

 

저 같으면 아이 혼자 두고 몇 개월씩 못 떠나있을 것 같아요. 절대로.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이 어릴 때도 지난해에도 아이 혼자 두고 병원에 있었어요. 절대 못 할 것 같다고 선을 그어 놓는 일도 닥치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게 세상 이치인가 봅니다.

 

에피소드 2.

작가가 대학생 때 알바로 누드모델을 하게 됐어요.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합니다. 흔히 예상되는 그림은 펄쩍 뛰며 반대하는 모습인데요. 복희씨는 ‘무엇을 준비해야해?’라고 묻습니다. 무대에 설 때 걸칠 가운이 필요하다는 딸의 말을 듣고 자신의 옷가게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코트를 선물합니다. ‘알몸이 되기 전 가장 고급스러워 보이면 좋겠다고 하면서요.

 

웅이씨는 딸 아들과 함께 맞담배도 핀다고 하는데요. 어떤 마음이면 자녀들에게 훈계 대신 그들의 놀이를 혹은 취미를 함께 즐기고 지지할 수 있을까요?

 

복희 : 자기야, 나는 자기가 철학적인 줄 알고 결혼했거든?

웅이 : 철학적인 게 뭔데......

복희 : 철학적인 건 그런 거잖아. 살면서 뭐가 정말 중요한 건지 자꾸 궁금해하는 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잊지 않는 거. 그래야 사는 맛이 있는 거잖아. (157쪽)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해줘야 할 중요한 걸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자녀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같이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져요. 저도 딸에게 뭐가 정말 중요한지 궁금해봐야겠습니다. 그럼 고난에 지지않고 살아가는 의미를 복희씨처럼 알려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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