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단톡방 숲속에서 길찾기

꿈트리숲 2020. 7. 16. 06:00

 

 

단톡방 : 3인 이상이 이야기하는 메신저 대화방 (네이버 지식백과)

영어로는 wide talk room

 

여러분은 단톡방 관리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전 단톡방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단톡방 대풍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단톡방을 통해 내가 알지 못하는 정보들을 접해서 좋긴 한데, 개수가 너무 많아지니 온전히 한 가지에 집중할 수가 없네요.

 

물론 무음으로 알림음을 차단해놓긴 했지만 한 번씩 들여다보면 수십 개의 메시지가 와서는 빨리 봐주세요 하고 빨간색 숫자를 띄우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요. 정말 중요한 정보는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지난가을 아프기 전까지 대여섯 개의 단톡방을 유지하다가 아픈 후로는 한 개만 남기고 다 탈퇴를 했는데요. 몸이 좀 살만하니 다시 여기저기 들어가게 되었어요. 단톡방에서 알려주는 유용한 강의 소식이랄까 책 소개, 그리고 자기계발 방법 등 놓치면 아깝다 싶은 것도 많지만 과연 나는 이 모든 정보를 다 소화할 능력이 되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외부와 차단하고 조용히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도 잘 사는 삶일 것 같은데,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에요.

 

내가 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에만 매달려 전심전력 달려야 할텐데, 단톡방의 메시지들을 보다 보면 남들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구나... ‘나도 저런 걸 좀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 마음이 흩어지기도 합니다.

 

이러저러한 단톡방에서 유령회원으로 있다 보니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전 그다지 열혈 멤버는 못 되는 것 같더라고요. 단톡방에 열성 멤버로서 쏟아지는 메시지에 일일이 댓글 다는 것도 아니고, 좋은 글을 적극 공유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전 일종의 샤이 멤버입니다. 보통은 눈팅만 하다가 나오는데요. 꼭 확인해야 할 공지사항을 놓치기라도 한 날엔 얼마나 벽을 타야 하는지 모릅니다. 오래된 메시지는 벽을 타도 타도 보이지가 않아서 대략 난감할 때도 있죠.

 

혹시 단톡방을 관리하시는 분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어요. 이런 유령회원도 괜찮은가요? 샤이 멤버도 단톡방 회원으로서 자격이 있나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라. 노인들은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줄 것이고, 젊은이들은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여줄 것이다. (아버지의 말 97쪽)

 

단톡방의 단점만 얘기했나 싶지만 사실 단톡방의 장점은 분명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제가 아는 사람 한 명 없던 인천에서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독서 모임과 단톡방의 힘입니다. 온라인에서의 만남은 자연스레 오프라인으로 이어져서 인연의 끈을 계속 이어갈 수가 있었지요.

 

지식과 덕이 있고 기품과 겸손한 태도를 지닌 사람들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마치 먹물이 화선지에 번져나가는 것처럼 그 품행이 널리 알려지게 마련이다. (아버지의 말 104쪽)

 

단톡방에서 혹은 여러 다양한 모임에서 존재감이 없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는다 싶어도 기품과 좋은 태도를 지녔다면 근심하거나 고민할 일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우리의 인품과 덕은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듯 그렇게 소리 없이 알려질 테니까요.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유령회원이라고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고, 샤이 멤버라고 닉네임 뒤로 숨을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나의 존재는 드러날 때가 되면 주머니의 송곳처럼 뚫고 나올테니 우리 유령회원님들, 샤이 멤버분들 모두 즐겁게 재미나게 단톡방 활동합시다. 뜬금없다 소리 들어도 필요하면 한 번씩 먼저 나서기도 하면서요. 단톡방 숲속에서 '여긴 어디? 난 누구?' 라고 생각할 우리들의 그림자 활동에 환한 빛이 내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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