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이고 싶다

꿈트리숲 2020. 7.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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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다 보면 앞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빨간 신호등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멈춥니다. 신호등이 없을 때, 앞차도 없을 때는 도로 교통 표지판을 보고 운전을 하는데요. 그럴 때 ‘천천히’ 표지판을 보고 속도를 줄이고 ‘멈춤’ 표지판에서는 일단 멈추게 되지요. 그게 도로교통법규이기에 운전을 한다면 일단 그 법을 따라야 합니다.

 

확실히 멈추어야 할 때를 알려주면 브레이크를 밟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노란 신호등이 들어왔을 때는 약간 망설임이 있어요. 여기서 통과해야 할까? 아니면 멈추어야 할까? 하고 말이지요.

 

실제로 교차로 정지선을 얼마 앞두고 노란 신호등이 켜졌을 때 정지선까지의 구간을 ‘딜레마 존’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짧은 찰나에 갈까말까 고민하는 순간이 딜레마를 일으키는 것 같은데요. 노란 신호등은 우리 삶에도 불쑥불쑥 켜져서 딜레마에 빠지게 합니다.

 

배우는 걸 좋아하는 저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배우러 많이 다녔어요. 몸이 피곤한 줄도 모르고 그저 유명 저자를 직접 만나는 것에 푹 빠져 있었는데요.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는 일정도 소화하고 한 달에 네다섯 번 서울 강의(들으러) 출장을 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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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중에 제 몸에는 노란 신호등이 켜지고 있었어요. 전 잠깐 딜레마에 빠졌지만 이내 딜레마에서 벗어나서 통과하기로 결정합니다. ‘몸이 좀 피곤한데, 쉴까?’ 아니야 이 정도 피곤함은 감수해야지. 성공하는 사람들은 열정을 불태운다는데, 나도 열정을 불태워야하지 않겠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통과한 교차로는 계속 달릴 것 같지만 결국엔 어떤 신호등이든 또 걸리게 되어있더라고요. 제 몸에도 결국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저는 강제로 멈출 수밖에 없었는데요.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이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계속 이어져 다시 달릴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한 5~6개월을 멈추고 나니 에너지가 가득 충전된 것 같고, 또 너무 쉬었으니 이제 다시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월부터 여러 온라인 강의를 듣고 과제들을 해나갔는데요. 6, 7월이 되니 점점 저의 행동반경이 넓어지기 시작해요.

 

지역을 넘나들며 시간을 넘나들며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또다시 노란 신호등이 켜지는 줄 모르고 달린 것 같아요. 한 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무지하고 미련한 행동이라 생각됩니다.

 

7월 한 달은 저에게 무척 많은(제 기준으로) 과제들이 있는 달이에요. 그렇지만 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무지하고 미련한 사람이 되면 안 된다는 걸 압니다. 노란 신호등에서 속도 줄이고 잠시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먼저 영어책 ‘함께읽기’ 클래스를 과감히 그만두었어요. ‘조금만 힘내면 완주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제 발목을 잡았지만 눈 딱감고 멈추었습니다. 함께읽기의 장점이 있습니다만 전 그냥 제 몸의 속도에 맞춰서 ‘혼자 읽기’로 가 보려고요. 멈추어야 할 때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싶어요.

 

‘함께읽기’만 정리하면 엑셀밟고 신나게 달릴 줄 알았는데요. 또 한 번 ‘딜레마 존’이 나타납니다. 제가 동화 쓰기 수업을 듣게 됐는데요. 유명한 동화작가님께 직접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 끝까지 달려볼 계획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도 노란 신호등이 켜집니다.

 

‘딜레마 존’에서 며칠을 고민했어요. ‘여기서 그만두면 난 끈기 없는 사람이 되는건가’, ‘이만한 것도 극복 못하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등등 자책을 잠시 했는데요. 생각을 달리 해봅니다.

 

멈추어야 할 때 멈출 줄 아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다.

멈추어야 할 때 멈출 줄 아는 사람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멈추어야 할 때 멈출 줄 아는 사람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멈춰야 할 때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선뜻 말을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는 용기를 내서 말합니다. 저는 지금 멈춰야 할 것 같아요.

멈춰야 할 때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좇느라 저를 돌보지 못했어요. 이제는 제 마음뿐만 아니라 제 몸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렵니다. 저 좀 쉬었다 다시 할게요.

멈춰야 할 때 제 욕심만 채우느라 주변에도 피해를 주었어요. 이제는 저를 걱정하는 분들의 마음을 배려하려고요. 저 계속 건강 유지하며 찐 웃음 주는 사람이 될게요.

 

멈추어야 할 때 멈출 줄 아는 사람은 삶의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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