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톨스토이 단편선 2

꿈트리숲 2020. 8. 18. 06:00

<톨스토이 단편선 1>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었다면 <톨스토이 단편선 2>는 인간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행복한 존재가 될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함께 일하며 하나가 되고 누구에게나 예정되어 있는 시간을 사랑과 유대감 속에서 보내야 한다. 인간의 나약함이 서로를 떼어 놓는 원인이 되기보다는 사랑의 원인이 되어야 한다. 이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책 소개글 중에서)

 

인간이 나약하기 때문에 서로를 보듬고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해야 한다는 톨스토이식 사랑법. 저는 <톨스토이 단편선 1>을 읽었을 때 톨스토이식 사랑법대로라면 세상 문제의 대부분은 사라지겠다 싶었어요. 그러나 여전히 전쟁, 빈곤, 폭력이 만연한 걸 보면 아직도 사람들은 서로의 나약함을 사랑의 원인으로 보기보다는 타인의 나약함을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우리는 아직 행복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인간의 나약함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지 않는 이상은 우리는 영원히 행복의 파랑새를 좇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신은 진실을 알지만 기다린다-

 

악시오노프라는 젊은 상인이 어느 날 아침 장터로 떠나려는데 아내가 간밤의 꿈이 나쁘다며 떠나지 말라고 합니다. 꿈에서 남편이 백발이 되어 돌아오더라는거죠. 악시오노프는 그건 행운의 표시라며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길을 떠납니다.

 

여행 중에 아는 상인과 만나 함께 여인숙에 묵고, 다음날 일찍 출발했는데요. 한참을 가서 다른 여인숙에서 쉬고 있는데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간밤에 묵었던 여인숙에서 함께 묵었던 그 상인이 죽은 채 발견됐다는 겁니다. 그런데 악시오노프의 짐 속에서 피 묻은 칼이 발견되었어요.

 

아무리 모르는 일이라고 발버둥을 쳤지만 악시오노프는 감옥에 갇히고 죄수로 길고 긴 생활을 합니다. 26년간 이나요. 검은 머리는 어느 새 백발이 되었습니다. 죄수로 살면서 구두 만드는 법을 배워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책을 사서 읽으며 동료 죄수들에게 ‘성자’로 존경을 받습니다. 어느 날 새로운 죄수들이 들어왔는데, 그 중 세미요니치라는 죄수가 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26년 전 여인숙에서 난 살인 사건의 진범이 세미요니치였음을 알게됩니다.

 

비참함과 분노 때문에 아무리 기도를 해도 마음의 평안을 찾지 못하는 악시오노프. 그런 와중에 세미요니치는 감옥을 탈출하려 땅을 파다가 악시오노프에게 들킵니다. 악시오노프는 감옥 소장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아요. 악시오노프의 마음을 그제서야 알게 된 세미요니치는 악시오노프에게 무릎을 꿇고 울며 용서를 빕니다. 악시오노프에게 석방 명령이 떨어졌지만 그는 이미 숨을 거두었어요.

 

이 이야기의 제목이 왜 ‘신은 진실을 알지만 기다린다’였을까, 곰곰 생각해봤습니다. 저라면 세미요니치를 만났을 때 가만두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신은 진실을 알면서 왜 억울한 사람을 돕지 않을까, 이럴 땐 신은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요. 문득 ‘신은 세상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인간을 사랑하고 있다’는 <돈의 속성> 책 속 글귀가 떠오릅니다. 인간 스스로 행동하고 자연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놓아준다는 그 말이 “신은 진실을 알지만 기다린다”와 꼭 들어맞는 말 같았어요.

 

악시오노프는 억울함에 괴로웠지만 자신의 나약함으로는 바꿀 수 없었던 현실에서 고통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행복을 찾았던 것 같아요. 그러고 세미요니치를 만났을 땐 아마도 악시오노프 자신이 느꼈던 나약함을 세미요니치에게서 발견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나약함을 보듬어주기 위해 잘못을 눈감아 주고요.

세미요니치가 악시오노프처럼 행복을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신이 한 것처럼 저절로 진실이 드러나기를 기다린 것이라 여겨지네요.

 

일상에서 만족을 얻고 작은 행복을 소중히 할 때 고통은 오히려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준다.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불행을 만들 수도 있고 행복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 소개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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