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부부의 집짓기

꿈트리숲 2018. 6. 14. 13:32

공간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들

부부의 집짓기/이지성,차유람/차이정원

 

평소 집의 물건을 비우기 좋아하고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 눈에 띄는 책이 있어 소개합니다. 얼마전 강연에서 만났던 이지성 작가가 집을 지으면서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 반성과 후회하는 점들을 솔직하게 쓴 책이에요. 집의 하자를 밝히면 집값 떨어진다고 하면서도 집의 건축과정을 가감없이 알려주셨어요. 책을 보고 든 생각은 저같이 게으른 사람은 아파트가 편하겠다는 결론이 나왔죠.^^

 

전 결혼하면서 처음으로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는데, 예전부터 살고 싶은 곳이라서 그런지 더없이 좋았어요. 단 하나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새아파트!, 그것뿐이었어요. 진심으로 바라면 이루어진다더니 2년전에 새아파트로 이사오게 되어 '꿈은 이루어진다' 생각하고 있어요.ㅎㅎ

지금 사는 집이 결혼 후 네번째 집인데, 변함없이 아파트이긴 하지만 똑같은 공간에 똑같은 삶을 넣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물건을 많이 비워내고 그곳에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 세 식구의 각기 다른 개성이 뿜어져 나오게 하고 싶었어요. 아직까지 미완성이지만 점점 원하는 이상향에 다가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지성, 차유람 두 부부의 집짓기를 보면 많이 싸웠을 것 같은 상황들이 있어요. 그러나 두 사람은 절대 싸우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놀라워요. 책을 짓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여서 그런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아가더라구요. 부부라는 연대감이 좀 더 UP UP. 와~~!! 정말 정말 본받고 싶은 점이에요. 

평소엔 항상심이 잘 유지되지만 책을 읽고서도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망나니 같은 무의식이 나올때가 있어요. 그럴때면 '내가 이럴려고 책을 읽었나' 싶은 자괴감도 들고, 상대에게 더 없이 미안하고 부끄러워 숨고 싶기도 하거든요. 더 배워야겠습니다.-.-

 

책에는 전반적으로 단독주택, 그것도 목조주택의 장점과 아름다운 모습이 소개되는데 새롭고도 충격적인 얘기도 있어요. 바로 시멘트입니다.

 

p 94 시멘트는 독을 품고 있다 - 본래 시멘트의 주원료는 석회석, 부원료는 점토와 규석, 철광석등이다. 하지만 현재는 부원료로 하수 슬러지, 제철소 슬래그, 공장 오니 등 불에 타지 않는 것들을 사용한다. 심지어 폐페인트나 폐부동액뿐만 아니라 발암물질이 포함된 반도체 공장의 산업 폐기물까지 시멘트의 원료로 쓰인다.

 

새집증후군이 새로 지어진 집에 벽지나 마루, 가구 등에서 나오는 화합물질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집의 틀을 만드는 시멘트가 독을 품고 있다니 충격입니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저런 시멘트로 지어졌겠죠. 물론 친환경 시멘트도 있지만 가성비를 생각해서 적게 투자하고 많이 남겨야 하니, 친환경 시멘트가 사용된 아파트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제가 살고 있는 집이 오염물질 범벅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좀 끔찍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지성 작가도 시멘트의 독성을 알고 대안은 목조주택 밖에 없다며 목조주택을 지었어요. 그런데 목조주택 역시 완전한 친환경이 아니더라구요. 집 짓는 재료가 나무지만 그걸 이어붙이는 데 접착제를 비롯한 각종 화학물질이 들어간다는군요.

세상이 발달하면 할수록 정말 천연은 우리와 멀어지는건 아닌지 모를일이에요. 그래도 목조주택이 시멘트 집보다는 훨씬 낫다고 합니다. 혹시 집을 지을 생각이 있으시면 목조주택, 시멘트 주택 장단점 골고루 알아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건축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하구요.

 

p 38 아름다운 집보다는 실용적인 집이 오랫동안 만족감을 준다는 점이다. 집은 생활공간이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다. 뽐내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식구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마련해주기 위한 곳이다. 멋을 내기보다 이용하기에 편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때 집을 예쁘게 꾸며 집에 놀러오는 지인들에게 '나 이런 사람이야' 어필해볼려는 마음이 있었어요. 예쁘게 꾸민다는 것이 말이 예쁘게지 거의 돈을 발라 놓는 것나 같아요. 사람의 욕심과 이기심은 편안해야 할 집에서 조차 쉬지 않고 꿈틀대더라구요. 더 좋은 가구, 더 비싼 가전, 더 많은 인테리어 용품들. . . 이건 집이 아니라 잡화점이에요.ㅠㅠ 우리는 집 주인이 아니라 물건들 흐트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손님으로 전락하구요.

몸이 아프고 본격적으로 물건들을 비워내면서 새삼 공간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어요. 가족의 온기와 신선한 공기가 머물러야 할 자리에 숨쉬지 못하고 음기로 똘똘뭉친 먼지 연대도 발견하게 되구요. 비우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소중한 경험입니다.

 

공간은 우리에게 시간을 허락하고 추억을 선물합니다. 집은 때론 먼지가 양념으로 뒹군다해도 우리의 웃음으로 날리고 눈물로 씻어낼 수 있는 마법을 부리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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