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 강성태님을 아시나요? 한때 TV 프로그램에서 수험생들 멘토해주시는 걸 잠시 본 적 있는데요. 요즘은 유튜버로 활동하시죠. 제가 예전에 강성태 저자가 쓴 <미쳐야 공부다>를 보고서 ‘어떻게 하루 18시간 공부할 수 있지? 그게 가능해? 역시 공신이라 불릴 만하군.’ 하며 감탄했던 적이 있습니다.
18시간도 그냥 앉아 있는 시간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오롯이 몰입한 시간이 18시간이라는 거 정말 어마어마한 공부 양인 거죠. 그렇게 공부하니 서울대를 갈 수 있었나 싶습니다. 근데 18시간 몰입한 걸 어떻게 증명할까요? 바로 스톱워치입니다.
작년 가을 겨울 환자로 지내면서 가을 겨울의 시간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것만 같아서 올 초에 다짐을 하나 했습니다. 2020 연말에는 뭔가 기억에 남는 일을 했다고 할 만한 걸 해보자 하고요. 토익 시험 응시를 계획했어요. 혼자 하면 금세 중도 포기할까 봐 딸아이를 설득해서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집순이만 할 줄 알았던 제가 온라인으로 듣는 강의가 늘어나고 해야 할 숙제가 쌓이니까 토익 공부는 뒷전이 되고 말았어요. 시작도 포기도 완전 빠른 저, 7월에 불현듯 토익 시험이 생각났어요. 아이에게 엄마는 기본기부터 다지고 시험 보려면 올해는 아무래도 무리니까 너라도 올 연말에 보라고 얘기했죠.
난생처음 토익 시험을 보려는 딸, 이것저것 알아보더니 자신에게는 아무래도 토플이 더 맞는 것 같다며 토플책을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내심 반가워서 뭐가 됐든 시험 본다니까 덥석 토플책을 샀죠. 근데 토플 문제집 풀려면 필요한 게 하나 더 있다고 하더군요. 바로 스톱워치였습니다. 공신의 그 스톱워치요.
스톱워치, 공부의 신들이 애용하는 어쩌면 그들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자발적으로 찾으니, 도치맘인 저는 내심 환호를 했습니다. 강성태 공신도 이 스톱워치로 18시간 몰입 공부를 했다 하는데(서...설마 우리 아이도 공신이 되는 건가? - 김칫국 마시기 달인 각)...
스톱워치 공부법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수험생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가 봐요. 스톱워치 공부법은 자신이 집중해서 공부한 시간을 눈으로 보이게 기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 오늘 5시간 공부했어.’ 이러면 그 5시간이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한 시간인지 아니면 그 5시간 안에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전화 받는 시간, 카톡한 시간 등이 다 포함해서 5시간인지 모호하거든요. 이럴 때 스톱워치로 집중한 시간만 기록해보면 자신의 실제 공부 시간을 알 수가 있습니다.
핸드폰에 스톱워치가 있는데, 뭐하러 스톱워치가 또 필요할까? 그런 생각 안 드세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핸드폰의 스톱워치를 써보니 이게 핸드폰에 자꾸 눈길을 주게 돼서 열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야금야금 갉아먹더라고요. 미니멀에 좀 저어되기는 하지만 아이가 공부에 필요하다니 스톱워치 과감히 질렀습니다.
제일 처음 산 버전의 스톱워치에요. 호기롭게 동네 문방구에서 사서 바로 사용했는데요. 어라? 이 아이는 99분을 넘어가면 다시 0으로 세팅 되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몇 시간을 했는지(사실 몇 시간까지 공부할까도 미지수) 체크가 불가능했어요. 아이는 분 단위에서 시간까지 기록되는 스톱워치를 원한다며 여러 기능이 탑재된 스톱워치를 검색해서 하나 찾아냈습니다.
이제 스톱워치 샀으니 토플 몰입 공부 달려볼까 했더니요. 놀멍 쉬멍 하고 있어요. 조만간 토플은 물 건너갈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스톱워치도 함께 잊히는 건가 했는데 수학 문제집 풀 때 요 스톱워치를 아주 열렬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피터 드러커-
내가 얼마나 공부를 하는지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면 잘하고 있는지 개선이 필요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은 제자리다 그러면 공부 시간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지요. 그럴 때 나의 진짜 공부 시간, 오롯이 몰입한 시간을 알려주는 스톱워치가 있다면 한결 수월하게 측정하고 관리할 수가 있겠어요. 요즘 저희집 아이는 스톱워치에 공부 시간 찍어서 저에게 자랑하는 재미를 들였습니다.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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