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인문학

담론(談論)

꿈트리숲 2018. 6. 21. 11:26

우산을 접고 함께 빗속으로

담론/신영복/돌베개

 

어제부터 서울 국제 도서전이 시작되었어요. 저는 토요일에 유시민 작가 사인회에 맞춰 딸과 함께 도서전 갈려고 합니다. 유시민 작가의 신작이 [역사의 역사]인데요,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옵니다. 돌베개 하면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아주 유명하죠. 이번에 그 책 출판 30주년 기념해서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러저러한 이유로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입니다.

 

 

이 책을 알게된 건 김제동님의 [그럴 때 있으시죠?] 책에서 소개된 걸 보고 읽어보게 되었어요. 지식인은 정말 이런 분을 두고 얘기하는 구나 싶은 감탄과 존경이 절로 일더라구요. 20년간 수감생활 하면서도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출소 후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내셨어요.  그리고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꾸준히 창작 활동도 하시구요. 이 책은 선생님의 마지막 강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피부암으로 2016년에 별세하셨는데, 훌륭한 스승님을 잃었다는 생각에 많이 헛헛한 느낌입니다.

 

담론에는 고전의 명구절들이 나옵니다. 저는 노자 도덕경을 조금 읽어보다 말아서 . . . 노자의 사상은 무위자연 말로만 알고 깊이가 없어요. 신영복 선생님은 지식인의 깊이와 넓이에서 우러나오는 구절 풀이를 해주셔서 그 대목에서 한참 감동 받고 멈춰섰던 기억이 있습니다.

 

p 133 노자가 강물을 최고의 선이라고 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물이 곧 생명입니다. 둘째 다투지 않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물은 선두를 다투지 않습니다. 셋째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기 때문에 상선上善입니다. 물은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이 곧 자연, 자연이 곧 노자가 말하는 도(道)겠죠. 며칠 전에 플라워박스 포스팅에서도 자연같은 삶, 본성대로 사는 삶을 얘기했었는데, 상선약수도 같은 맥락으로 전 받아들여요. 위 세가지 이유 말고도 저는 인위적이지 않다는 것, 하나 더 추가하고 싶어요. 타인을 이롭게 하고, 남과 경쟁하지 않으며, 낮은 곳에 임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그러면서도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삶이 좋습니다. 그런 삶을 위해 더 공부하고, 지혜의 내공을 쌓아야겠다 다짐합니다.

 

김제동님은 본인의 책에서 자유에 대해 얘기하면서 담론의 독버섯 얘기를 인용했었어요. 저는 그 부분도 좋았지만 단연 하나만 뽑으라고 한다면 함께 맞는 비를 꼽습니다. 책에는 흑백으로 나와 있어서 인터넷 컬러 사진을 가져와봤어요. 색깔이 보여야 선생님이 설명하신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거든요.

 

 

위 글귀 처럼 돕는다는 것은 함께 비를 맞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산 옆의 선들은 비를 나타내구요. 빨간 선이 바로 우산을 들던 사람이 우산을 접고 빗속으로 들어간 겁니다. 이 글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에 동참 하셨던 분들, 탄핵 정국때 촛불을 들고 전국에서 모이셨던 분들,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 수요집회 때마다 함께 하시는 분들. 그분들 모두가 함께 비를 맞으신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요.

우산을 접고 빗속으로 뛰어 들어간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 제가 편히 글을 쓸 수 있는거구요. 또 우리의 아이들이 맘껏 꿈꾸고 뛰어 놀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나 하나쯤 무슨 힘이 될까' 싶지만 함께 비를 맞아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누구를 돕는 위대한 일을 하게 됩니다. 저부터 가까이 우리 이웃을 위해 빗속으로 뛰어드는 빨간 줄이 되어야겠어요. 언젠가 빨간줄이 꽉 차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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