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그루밍

꿈블리, 김리하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어요. <검은 손길, 온라인 그루밍>입니다. 김리하 작가님은 이미 여러 권의 동화책과 청소년 소설을 내셨는데요. 동화는 미래를 담고, 청소년 소설은 현실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미래는 마냥 청사진으로, 현실은 무작정 우울하게 그렸냐? 하면 그건 아니고요. 동화엔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꿈과 이상을 담았고요. 청소년 소설엔 현실의 문제를 꼬집으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현실과 미래를 넘나들며 글로써 아이들에게 무한 사랑을 보내시는 작가님의 신작, <온라인 그루밍> 시작합니다.

 

중학생 가람이와 혜주는 절친이에요. 가람이는 엄마의 압력으로 공부에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 학생이고요. 혜주는 가람이 엄마의 압력조차도 부러운 학생이지요. 왜냐하면, 부모님이 사업을 하셔서 혜주에게 관심을 가질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심은 때로 돈으로 표현되곤 하죠.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의 행동 하나부터 열까지 다 관심 두는데요.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부모님의 관심은 한 곳으로만 모이게 됩니다. 바로 공부죠. 대학가는 게 중요하니 당연하다 여기실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는 아이가 크더라도 관심이 줄어들어선 안 되고 관심의 방향 또한 한 곳으로만 모여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의 사랑 통장은 늘 찰랑찰랑 차 있어야겠죠.

 

몸과 마음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생 나이의 아이들에겐 공부 이외에도 관심거리가 참 많습니다. 친구 관계, 학교생활, 외모 등 속 시원한 답이 없는 문제를 안고 있는 시기이죠. 이럴 때일수록 부모의 따뜻한 관심이 더 필요하게 됩니다.

 

부모의 사랑이 채워지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은 항상 헛헛합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친한 것 같아도 그 우정이 진짜인지 계속 확인해보게 되고요. 친구에게 집착하거나 떠나갈까 싶어 불안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 폰을 놓을 수가 없어요. 친구의 관심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니까요. 또 가짜 사랑, 가짜 관심을 찾아 온라인 세상을 배회하기 때문에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혜주도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입니다. 부모의 관심이 빠진 자리를 단짝 친구 가람이로만 채우려고 하는데요. 가람이는 공부 1등 서미진을 이겨야만 하기에 불철주야 공부에만 매달려야 해서 혜주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가 없어요.

 

혜주는 온라인에서 그 관심을 찾아 사랑 통장을 채우려고 합니다. 바로 랜선 언니, 랜선 오빠인데요. 인스타로 양 언니와 양 오빠를 사귀는 거예요. 양 언니와 양 오빠는 순수하게 동생을 이뻐하는 그런 언니 오빠들이 아니었어요. 나쁜 의도로 어린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범죄자들이었던 거죠. 아이들에게 약한 부분, 그러니까 관심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외모 칭찬해주고 이모티콘 보내주고, 간식 쿠폰 등을 보내주며 친분을 쌓습니다.

 

그런 양 언니 양 오빠는 좋은 학벌(가짜 학벌)에 멋진 외모(꾸민 외모)를 가졌어요. 공부 잘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선망 대상이자 외모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워너비입니다. 범죄자들에겐 학벌과 외모가 아이들을 길들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습니다. 그루밍이라는 것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에 검은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기에 아이들은 사건이 터져야 그들의 본모습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루밍 범죄는 신고도 쉽지 않은 게, 심리적으로 지배당하고 있어서 피해자가 자신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걸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온라인 그루밍>에서도 혜주가 그럴 위기에 처했습니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오빠가 그럴 리가 없다며 믿기 힘들어하는데요. 뜻밖에도 공부 1등 서미진이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도와줍니다. 공부만 한다고 친구도 없던 서미진의 등장. <온라인 그루밍>의 반전입니다.

 

이 책을 통해 그루밍 성범죄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상기했습니다. 범죄자는 아주 친절하게 아이들을 유인하는 덫을 놓고 있다는 것도요. 아이들이 가짜 관심에 길들지 않도록, 가짜 사랑으로 사랑 통장을 채우지 않도록 부모가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