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결혼 주례사 - 다섯 개의 공으로 저글링 하기

꿈트리숲 2020. 11. 17. 06:00

지난 일요일은 저의 결혼기념일이었어요. 저와 남편은 기념일을 챙기는 편이 아니지만, 작년에 아파서 병원에서 보냈기에 올해는 남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올해 건강하게 기념일을 맞이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나들이하려고 마음먹었다가 미세 먼지가 너무 심해서 계획을 바꿨어요. 서점 나들이로요. 책 쇼핑을 하고 외식을 하기로 했지요. 식사하고 나오는 길에 꿈블리 줄리 님을 만났어요. 반가움에 얘기 잠깐 나누다 서로의 결혼기념일이 같다는 걸 알았습니다. 세상에!!! 기념일이 같은 사람을 처음 만납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서 우리가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은 날에 결혼 한 사람을 만나다니 서로가 신기하다며 소오름!! 했었습니다.

 

전 2003년 11월 15일에 결혼을 하고 올해로 17년이 되었는데요. 결혼 1주년 때 언제 5주년 10주년 되냐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신혼의 행복감도 좋았지만, 세월이 주는 연륜을 더 갖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시간의 세례를 받은 결혼 생활은 사소한 감정싸움도 없을 것이고, 자존심 세우는 무모한 경쟁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17년을 돌아보며 과연 나는 마음이 성장했을까, 감정이 성숙해졌을까 물어보니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을 못 하겠습니다. 아직도 진행형이어서요. 좋은 결혼 생활 어렵지 않아 보여요. 그러나 좋은 결혼 생활하기는 참 쉽지 않더라고요. 모난 부분을 깎고 다듬는 과정이 필수 코스인데, 서로가 깎여 나가는 걸 스스로 허락하지 못해서 상대의 모난 부분과 충돌할 때가 많았거든요.

 

결혼식 주례사 기억하세요? 저는 주례 선생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주례사 들을 때는 서로가 모난 부분 잘 깎을 거로 생각하고 쉽게 대답했는데요.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컸습니다.

 

인생은 항해와 같습니다. 항해에 나가면서 우리는 다섯 개의 공을 주머니에 넣고 나가지요. 다섯 개의 공은 일, 가족, 건강, 친구,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다. 일이라는 공은 떨어뜨리면 다시 튀어 오릅니다. 그러나 나머지 공은 떨어뜨리면 유리 공이라 깨어지고 맙니다. 두 사람이 합심하여 다섯 개의 공을 잘 유지하면서 항해를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기 바랍니다.

 

이것보다 긴 주례사였는데, 요지는 다섯 개의 공이었거든요. 몇 년 전에 어느 책에서 주례 선생님 말씀을 마주했어요. 우와~ 우리 주례 선생님 정말 멋진 주례사를 해주셨구나. 감사히 생각하며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씹으며 다시 읽어봤습니다.

 

구글이미지

2000년 밀레니엄을 맞이했을 때 당시 코카콜라 회장이었던 더글러스 대프트 회장이 전 직원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가 있어요.

삶이란 공중에서 다섯 개의 공을 돌리는 저글링 게임입니다. 다섯 개의 공에 일, 가족, 건강, 친구, 자기 자신이라고 붙여봅시다. 조만간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라서 떨어뜨리더라도 바로 튀어 오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네 개의 공은 유리 공이라서 하나라도 떨어트리게 되면 닳고, 긁히고, 깨져서 다시는 전과 같이 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섯 개 공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독서 천재가 된 홍 팀장 261쪽

 

전 건강 공을 떨어뜨려서 깨져서 이전과 똑같이 될 수가 없게 됐고요. 가족 공, 친구 공은 아마도 닳고 긁힌 자국이 많을 것이라 예상되네요. 자기 자신 공 역시 많이 떨어뜨렸지만, 완전히 깨지진 않아서 다시 이어 붙이고 잘 굴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 공을 굴려보려 하는데요. 쉽지는 않겠지만 다섯 개 공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일 공을 영원히 묻어둘 수는 없겠더라고요.

 

나 혼자만의 삶이 다섯 개 공을 돌리는 저글링 게임이듯이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결혼 생활도 저글링 게임임을 17년간의 결혼 생활이 알려줬어요. 두 사람이 천을 맞잡고 그 위에 공 다섯 개를 올리고 요리조리 굴려 가며 리듬감 있게 공을 띄우는 것, 그것이 결혼이더라고요. 한쪽만 세게 잡아당기면 다섯 개의 공은 일제히 한 방향으로 쏠려서 바닥에 떨어지고요. 두 사람이 딱 붙어있거나 아니면 한 사람이 아예 천을 놓아버리거나 해도 공 다섯 개는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더라고요.

 

항상 적당한 관심의 거리를 유지하며 맞잡은 천을 놓지 않는 것이 좋은 결혼 생활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다섯 개의 공, 균형 잘 유지하고 계시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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