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책

1페이지 미술365

꿈트리숲 2020. 11. 20. 06:00

그림에 관련된 책이나 미술사에 관한 책이 나오면 놓치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그림은 몰라도 그림 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인데요. 여러 책을 자주 보다 보니 이제는 익숙한 그림들이 많아졌어요.

 

이번에 읽은 <1페이지 미술 365>를 보면서는 같은 그림을 두고도 책 저자마다 다른 주제로 편집할 수 있고 다른 이야기로 풀어낼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이 책은 칠레 대사관과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근무하시다 마흔 살 즈음에 미술에 관한 관심이 생겨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신 분이 집필하셨는데요. 구성 방식이 독특합니다. 요일별로 주제를 달리해서 365일을 구성했어요. 월요일엔 작품, 화요일엔 미술사, 수요일엔 화가, 목요일엔 장르와 기법을 금요일엔 세계사, 토요일엔 스캔들, 그리고 일요일에는 신화와 종교를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이전의 제가 봤던 책들은 화가별로 묶거나 아니면 시대별로 소개가 되었는데. 같은 그림을 두고 다르게 엮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좋았어요.

 

같은 그림을 두고 책을 다르게 엮을 수 있는 것처럼 같은 인물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미술사에 관련된 책을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주인공이 있어요. 바로 비너스, 그리스신화 속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이지요.

 

옛날 화가들은 신화 속 인물을 그림의 주제로 자주 사용했었고, 특히 미의 여신은 단골 소재였던가 봐요. 시대별로 그리고 화가별로 달리 표현하는 아프로디테, <1페이지 미술 365>를 보면서 그 다름을 찾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빌렌도르프 출토 여인상>인데요. 오래전 <서양미술사>(끝까지 못 본 책)를 보고서 충격받았던 조각상입니다. 그때는 제목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고 붙어있었거든요. 어? 내가 아는 비너스와 너무 다른데? 했었지요.

 

이 조각상은 기원전 약 2만 7천~2만 5천 년경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추정하는데요. 크기가 10cm 남짓이라 아마도 손에 들고 다니며 부적처럼 지녔을 거라고 합니다.

 

구석기인들은 요즘처럼 예리한 조각칼도 없었을 텐데, 저렇게 매끈하게 조각상을 만든 것 보면 만드는 동안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을 것 같습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바라는 여성의 이상형이었을 것 같아요. 다산과 풍요를 기원했던 그들의 염원대로 오늘까지 인류는 잘 살아남았어요.

 

비너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림, 저에게는 보티첼리의 <아프로디테의 탄생>입니다. 처음 본 건 중학교 미술 시간인데요. 미술 선생님께서 도록을 펼쳐 재밌는 이야기를 곁들여가며 설명해주셔서 아직 그 시간이 기억에 남아요. 제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미술책에 나오는 그림들을 미술관 가서 직접 보는 건데요. 이 그림은 아직 실물로는 비대면이라서 언젠가 꼭 대면하고 싶네요.

 

크로노스는 어머니인 대지의 신 가이아의 부름을 받고 아버지인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성기를 잘라 바다에 던집니다. 던진 자리에 거품이 일면서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는데요. 탄생 신화가 좀 으스스하지요? 그런데도 최고의 미의 여신이 탄생했네요. 그래서 여러 화가가 아프로디테를 즐겨 그렸던 걸까요? 보티첼리가 그린 이 그림은 중세 이후 최초로 시도된 실물 크기의 여성 누드화라고 해요. 그런 가치로 미술사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림입니다.

 

벨라스케스 - 거울을 보는 아프로디테

「시녀들」의 화가 벨라스케스도 아프로디테를 그렸어요. <거울을 보는 아프로디테>입니다. 벨라스케스가 그의 정부를 모델로 그린 누드화인데요. 여성 누드는 벨라스케스 당대 흔한 주제였음에도 벨라스케스는 몇 점밖에 안 그렸다고 하네요. 엄숙한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에서는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었다고 하는군요.

 

이 외에도 여러 화가의 비너스가 있습니다.

위의 왼쪽 그림은 19세기 윌리앙 아돌프 부그로가 그린 <아프로디테의 탄생>입니다. 오른쪽 그림은 로코코 양식의 그림으로 부쉐의 <비너스의 화장>이에요. 로코코 그림답게 많이 화려하죠. 아래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우르비노의 아프로디테>입니다. 화가별로 시대별로 그림 분위기가 다르긴 한데, 아프로디테가 누드인 건 변함이 없네요.

 

아프로디테는 그림뿐만 아니라 조각상도 있습니다.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에요. 프락시텔레스는 옷을 입은 아프로디테 하나, 옷을 입지 않은 아프로디테 하나 해서 2개를 제작했는데요. 누드 아프로디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누드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던 도시국가 크니도스는 아프로디테를 보기 위한 방문객 수가 폭증했다고 하네요.

 

또 하나의 유명한 비너스가 있습니다. 바로 <밀로의 비너스>죠. 루브르 박물관에서 아름자태를 뽐내며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전 루브르에서 밀로의 비너스를 보고 전율이 일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 본 감흥이 너무 짜릿했었던 것 같아요.

시대별로 미의 기준은 달라지더라도 고대나 현대나 아름다움을 동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없음이 느껴집니다. 그림을 보며 시대를 읽어내고 조각상을 보며 조각을 빚어내는 이의 혼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분명 행복한 시대의 사람들일 거예요.

 

이 그림 앞에 앉아 머물 수 있었기 때문에, 인생의 10년은 행복할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

 

인생의 10년은 행복할 그림이 우리 곁에는 무궁무진하니까 언제든 이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그림 앞에 혹은 조각상 앞에 머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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