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역세권, 숲세권은 아는데 붕세권은?!

꿈트리숲 2021. 1. 14. 06:00

 

 

겨울이면 즐겨 먹는 대표 간식 중에 전 붕어빵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요.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오고 나서 붕어빵을 오래도록 먹어보지 못했어요. 12월 어느 날 갑자기 붕어빵 생각이 나서 얼마나 못 먹어봤나 세어보니 4년이나 되었더라고요.

 

예전 살던 지역에는 아파트 나가면 바로 붕어빵 파는 곳이 있었는데, 지금 사는 아파트는 주변을 다 둘러봐도 붕어빵 파는 곳이 없어요. 여기만 그런가 하고 알아봤더니 올해 겨울은 유독 붕어빵 가게가 더 많이 줄었다고 하네요.

 

지난여름 역대 최장 장마를 기록한 탓에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하고 팥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인데요. 원재룟값이 오르면서 붕어빵 노점상의 수익이 많이 나빠졌다고 하는군요. 붕어빵에 팥이 없으면 무슨 맛으로 먹나요. 요즘에는 슈크림 들어간 붕어빵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그니처는 팥 붕어빵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핵심재룟값이 많이 오르면 수익엔 그만큼 큰 타격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4년 동안 못 먹어본 붕어빵을 그날은 꼭 먹어야겠다며 여기저기 알아보다 일단 출동했습니다. 마치 첩보 작전이라도 하듯 야밤에 남편과 딸 저 이렇게 셋이서 꽁꽁 싸매고 마스크 끼고 나갔어요. 두 명은 차에 대기하고 남편 혼자 내려서 오랜 기다림 끝에 붕어빵을 사 왔습니다.

 

집에 갈 때까지 7분을 못 참아서 차에서 호호 불며 먹었죠. 남편과 저는 팥 붕어빵, 딸은 슈크림 붕어빵을 각자 취향대로 머리부터 혹은 꼬리부터 맛있게 먹었네요.

 

붕어빵 어느 부위부터 드시나요? 전 꼬리부터 먹습니다. 왜냐하면, 꼬리 부분이 제일 맛있기 때문이죠. 딸은 머리부터 먹는대요. 머리 부분이 맛있냐고 하니까 꼬리가 맛있긴 한데, 아껴먹으려고 머리부터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붕어빵 먹는 것만 봐도 성격 나오죠? 전 맛있는 건 먼저 먹는 스타일이고 딸은 맛있는 건 아껴뒀다 나중에 먹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딸이 아껴둔 간식을 종종 제가 먹어 버려서 한 소리 듣기도 해요.

 

제목에서 언급했던 붕세권! 역세권, 숲세권은 들어봤어도 붕세권은 금시초문인데요. 붕어빵과 역세권을 합쳐서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붕어빵 노점이 많이 사라지니까 붕어빵 노점이 많은 지역을 역세권에 비유한 말인데요. 그만큼 붕어빵이 귀한 몸이 되었다는 뜻이겠죠.

 

 

나와 가까운 붕어/붕세권

 

여기에 더해서 붕어빵 노점의 위치를 알려주는 어플도 등장했습니다. ‘나와 가까운 붕어빵’, ‘붕세권’ 이라는 어플이 있네요. 앱스토어 어플이라 딸의 핸드폰으로 '나와 가까운 붕어빵' 어플을 내려받고 검색해봤어요.

 

붕어빵, 문어빵, 계란빵 등 종류별로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매일 있는 노점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두 번 오는 노점도 다 표시를 해주더라고요. 세상 정말 편리해졌죠.

 

겨울에 먹는 별미 간식 붕어빵, 천 원 내면 뜨끈한 붕어를 세 마리 먹을 수 있는데요. 적은 돈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가성비 높은 간식입니다만, 붕어빵 가게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서 많이 안타깝습니다. 이러다 나중엔 정말 추억의 간식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동전의 양면처럼 코로나와 영세상인, 장마와 농부가 착 붙어서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것 같아
좋은 대비책은 없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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