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곱창김과 달래간장이 집나간 입맛을 찾습니다

꿈트리숲 2021. 1. 26. 06:00

오래전에 그런 기사를 하나 봤어요. 서울에 유독 고시 합격자가 많이 나오는 한 하숙집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그 하숙집을 방문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식단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요.

 

하숙생들이 뭘 먹어서 머리가 똑똑한가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하숙집 주인아주머니께서 별다른 건 없다고 하시면서 365일 빠지지 않고 김 반찬을 내놓는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한때 김 반찬이 유행했었습니다.

 

김은 예로부터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밥반찬이죠. 그냥 불에 구워도 먹고, 기름 발라서도 구워 먹고요. 요즘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이 김 반찬을 사랑하고 있지요. 한국에 온 해외 여행객들이 박스채로 사가는 모습을 자주 봤었는데,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었네요. (코로나 끝나면 다시 예전 인기가 살아나겠죠?)

 

저도 김 반찬을 아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인데요. 불에 살~짝 살~짝 두 번 구운 김보다는 기름 스사삭 바르고 소금 촵촵 뿌린 꼬수운 그 김을 사랑합니다. 도시락 반찬으로도 1년 내내 챙겨갈 만큼 저에겐 최애 반찬 중 하나였죠. (도시락 싸서 다녔다니 완전 옛날 사람 ㅎㅎ)

 

김을 기름에 발라 굽는 일이 제가 해 보기 전에는 그것이 노동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요. 결혼하고 제가 김을 구워보니까 그것도 품이 많이 드는 일이더라고요. 한 번에 50장 100장씩 기름 바르고 소금 뿌리면 어깨가 뻐근할 정도였죠.

 

그래도 어떡합니까? 제 입에 맞는 거니 억지로라도 해야죠. 전 참기름, 들기름, 식용유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바르는데요. 그렇게 하면 마트에 파는 O반 김보다 광O 김보다 훠얼씬 맛있답니다.

 

 

 

오로지 기름 발라 소금 뿌려 구운 김만 좋아하던 제가 요즘 흠뻑 빠진 김이 있어요. 기름 바르지 않은 김인데요. 바로 곱창 돌김입니다. 몇 해 전부터 곱창 김 얘기를 많이 들어왔지만, 기름 바르지 않은 김이라 눈길조차 주지 않았죠. 기름 바르지 않으면 입안에서 금세 눅눅해져 입천장 여기저기 달라붙거든요. 질척대는 그 느낌이 전 싫더라고요.

 

11월인가 얼마나 맛있나 한번 먹어나 보자 하면서 처음 곱창 돌김을 사봤어요. 구워서 나오니 제가 구울 필요가 없다는 점이 일단 좋았고요. 생김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없어 더 좋았어요. 무엇보다 기름 바르지 않았는데도 고소한 맛이 나더라고요. 바삭바삭 씹는 맛이 있는 것이 입안에 들러붙지도 않아요. 오호 괜찮다!!

 

 

 

아! 이래서 다들 곱창 김 곱창 김 했던 거구나 싶어요. 여기서 잠깐! 곱창 김이 아직 어떤 김인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소개해 드리자면요.

 

곱창 돌김은 엽체의 생김새가 마치 돼지 곱창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정식 품종명은 ‘잇바디돌김’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김 품종 중 가장 훌륭한 맛과 식감을 자랑하며 한 해 중 11월부터 2월까지만 생산되고 수확량도 적어 ‘김 중의 김’으로 평가받는 귀한 상품입니다. -곱창 돌김 상품설명-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곱창 김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그냥 간장에 찍어 드셔도 맛있지만, 달래간장을 곁들여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달래를 잘게 다지고 고춧가루, 간장, 깨소금, 참기름이든 들기름 주르륵 붓고 물 조금 부어 휘리릭 섞으면 달래간장 완성.

 

곱창 김 깔고 그 위에 밥 한 층 얹고 그 위에 달래간장 한술 떠 얹으면 집 나간 입맛이 ‘나 불렀소’ 하고 금세 돌아옵니다. 매일 똑같은 집밥에 똑같은 반찬이라고 투덜대는 우리 집 고딩 어르신의 입맛도 이걸로 사로잡았습니다.

 

 

아~~~ 하세요 ㅎㅎ

 

반찬이 없을 땐, 입맛이 없을 땐, 주저 말고 곱창 김 깔고 달래간장 얹어서 한번 드셔보세요. 집 나간 입맛이 친구까지 데리고 들어올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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