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반찬으로 된장찌개나 해먹을 요량으로 아파트 상가 마트에 들렀다. 꼭 필요한 것만 사 나오려고 대파 한 단 들고 얼른 계산대로 향했다.
“픽!” 바코드 찍히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사장님 목소리가 들렸다.
“7,800원입니다.”
“네? 7,800원요?”
“네. 대파 값이 많이 올라서요.”
여기서 대파를 놓고 갈 것인가, 그래도 들고 갈 것인가 3초 고민하다가 7,800원 내고 대파를 사 왔다. 우리 가족은 유독 대파를 심하게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대파가 반찬에 거의 약방의 감초격으로 들어간다. 특히나 된장찌개에 대파가 빠지면 너무 섭섭하므로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 왔다.
음식 재료 살 때 보통 가격을 잘 안 보고 산다. 왜냐하면, 1~200원 차이, 혹은 1~2천 원 차이가 난다고 내가 더 싼 곳을 찾아 멀리 헤맬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재료를 사지 않은 것도 아니기에 이제껏 장바구니 물가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집에 와서도 계속 들었다. 정말 대파 대란이라도 난 건가 싶어 뉴스 기사들을 찾아봤다.
후덜덜 물가, 대파 1kg 7,200원
100년에 한 번 이럴까 눈물 나게 오른 대파 값
채솟값 급등이 불러온 새 유행 파테크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다. 지금 전국은 대파 대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사 내용 중에 한 상인 4~50년 동안 대파 가격이 이런 건 처음 본다고 했다. 나 역시 결혼 생활 17년 동안 이렇게 고가의 대파는 처음 만나본다. 대파에다 금을 두르면 이만큼 비쌀까?
작년 가을 농산물 시장에 새벽 나들이를 한 적이 있다.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풍성과 과일과 채소에 넉넉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가득 쌓아 올려진 대파가 더더욱 그런 느낌을 줬는데, 싸면서 여러 음식에 이용할 수 있고, 영양소도 풍부하기에 그랬다.
대파가 갑자기 이렇게 귀하고 비싸진 건 무엇 때문일까?
겨울 대파는 자라는 데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자라는 시간이 긴 만큼 날씨 영향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 하는데, 작년 여름, 거의 두 달 가까이 비가 내렸고, 이번 겨울 눈이 많이 와서 대파의 생산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또 지난해 겨울에 대파가 워낙 풍년이라 농민들이 예년보다 10% 적게 심은 것도 한 요인이라고 한다. 재배가 줄어든 데다 날씨 악재까지 겹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어 대파 한 단에 7,800원을 불러온 것이다.
다행히 봄철 대파가 풀리면 대파 가격이 좀 내려갈 거라고 하니 4월쯤 되면 3~4천 원 대의 대파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대파는 가공식품이 아니다 보니 풍년일 때 저장해뒀다가 작황이 안 좋을 때 내놓을 수 없는 작물이다. 그렇다면 대파의 운명은 온전히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되는 건가? 대파를 집에서 직접 키워 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개인이 할 수 있는 방법 말고 적정재고가 찰랑찰랑 유지될 수 있는 정책이나 기술이 나왔으면 좋겠다.
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5&aid=000141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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