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 15

82년생 김지영

지영아, 너 하고픈 거 해 설 연휴에 친정 시댁 방문 다 패스하고 집에서 세식구 복닥복닥 삼시세끼 해먹으며 보냈어요. 지난 추석에 고향 방문을 건너 뛴지라 이번 설에는 꼭 부모님 뵈러 갈려고 했는데, 건강의 변수가 생겨서 또 그냥 지나가게 됐습니다. 작은 선물로 제 마음 전했는데, 잘 받아주셨으리라 믿어요. 민족 대이동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니 조용하고 고요한 날들이라 전 참 좋았는데요. 남편은 너무 조용하다며 영화라도 보자고 제안합니다. 요즘 영화관 가는 것도 시큰둥해서 개봉 영화 소식은 깜깜해요. 그래서 집에서 다운 받아 보기로 하고 검색 중 몇 달 전 개봉한 을 남편이 추천해줬어요. 이 영화는 제가 한창 아플 때 개봉해서 저 빼고 남편과 딸, 둘이서 보고 왔던 영화에요. 보고 와서 남편이 제 손을 잡..

동춘나래 도서관을 소개합니다

언젠가 꿈의 도서관을 짓고 싶어요. 이번 방학 때 저희 집 아이는 소설에 흠뻑 빠져 지냈어요. 그것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요. 을 시작으로 , , 등 중국 소설까지 그 관심이 뻗쳐나갔는데요. 처음 을 보고선 윤이수 작가에게 매료되어 로 이어졌다지요. 저더러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더 없냐고 묻는데, 제가 그런 소설을 안 본 지가 좀 많이 되어서 딱히 추천할 만한 책이 없었어요. 매일 밤 책을 찾아 삼만리 하다가 예전 인기 많았던 드라마들이 소설 원작이 따로 있었다는 게 떠올라서 , 등을 추천해주고요. 좀 오래되긴 했지만 도 원작 소설을 얘기해줬죠. 모든 책들을 독파하고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하다며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까지 읽어보는 세심함에 제 딸이지만 참 기특하다 생..

2020.01.30

담백하게 산다는 것

만족(滿足)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물리적 공간의 비움과 정리를 어필하는 책을 어제 소개해드렸다면 오늘은 정신적 공간을 간결하고 단순하게 하는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의 저자 양창순 선생님의 새로운 책인데요. 인간관계에서 군더더기를 정리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인생의 발걸음이 담백하고 가벼워질 수 있기를 바라는 선생님의 진심이 담긴 책입니다. 불필요한 감정에 불같이 타오르지 않으면서 솔직하게 지금을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담백한 삶. 저뿐만 아니라 누구나 원하는 삶 아닐까 싶어요. 담백한 삶 잘 배워서 제 삶에 바로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담백함이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누리는 행복감일 수도 있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음식에서 담백..

배움/책 2020.01.29

작은 삶을 권하다

Back to the Bagic 흔히 하는 일이 잘 안되거나 몸이 병들면 자기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무엇이 잘못되어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걸까 하고요. 저 역시 아프고 나서 보니 가장 기본적인 삶이 많이 흐트러져 있더군요. 먹고 입고 잠자는 것들이 질서가 없으니 건강이 온전할 수 없었다 싶었어요. 그래서 먹는 것 부터 제때 챙겨 먹고요. 그다음으로는 잠을 챙겼어요. 이전엔 잠을 아껴가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랬는데요. 이제는 잠을 우선순위에 둡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개선하려고 한 것은 집안 환경입니다. 이미 미니멀이 수년째 진행되어 군더더기 없는 살림이긴 하지만 1년여 정도 그 살림들에 신경을 못 써줬습니다. 잡동사니는 거의 없지만 정리해야 할 책들이 쌓이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눈에 띄고요..

비움/미니멀 2020.01.28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씨메르 스파

찜질로 몸도 마음도 잠시 쉼표 찍기 전 찜질 홀릭은 아니지만 1년에 두어 번 정도는 스파를 찾는 것 같아요. 그동안은 고양 스타필드에 있는 스파를 갔었는데요. 공간이 넓어 북적이지도 않고 찜질 끝나고 나오면 영화관이나 실내 스포츠 활동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어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씨메르를 알기 전에는 1시간여 걸리는 고양까지 가는 길, 괜찮다 생각했어요. 그러나 씨메르를 알고 나니 굳이 고양까지 가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 방학을 이용해 평일 아침을 공략하러 인천대교를 건넜습니다. 몇 달 앓아누웠더니 몸이 여기저기 결리고, 많은 약과 주사가 몸속에 들어왔으니 독소 배출이 시급할 것 같아서 스파가 그리웠어요. 파라다이스 시티는 투숙해 본 적 없지만 독서모임을 하러, 미술품 구경하러 가봤는데,..

채움/국내여행 2020.01.23

선물

제가 먼저 선물이 되겠습니다. 선물(膳物) :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 선물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저는 선물을 다른 식으로 해석해봤어요. 내가 먼저 작은 물방울이 되겠다는 뜻을 부여해봤습니다. 먼저 선(先) 자를 쓰고 '물' 자는 물방울에서 가져오고요. 첩첩산중 깊은 산골짜기에서 아주 작은 물방울이 하나 톡 떨어집니다. 누구 하나 보는 사람 없어도 열심히 구르고 흙을 묻혀 가며 갑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전혀 모른 채 말이죠. 물방울은 또 다시 아래로 아래로 흘러갑니다. 가다가 뾰족한 바위를 만나면 여러 몸으로 쪼개지고요. 그래도 불평불만이 없어요. 그 고비를 넘기면 다시 만날 걸 알고 있나 봅니다. 산산이 부서지게 만들어도 그 물방울은 바위를 쓰다듬거나 비..

나눔 2020.01.22

이기적 유전자

불멸의 삶을 사는 방법 제가 작년 1월에 1년 50권 문사철 읽기에 도전했는데요. 여러 독서모임의 지정도서를 읽느라 흐지부지해지고 말았죠. 올해 다시 도전해봅니다. 그 첫 스타트가 였고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입니다. 항상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어서 만만하게 생각되었던 책. 수많은 사람들이 선택했다는 건 재밌거나 쉽겠지 하는 안도감을 줘서 겁 없이 도전하게 했던 책이었지요. 그러나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유전자 세상의 이야기에 자괴감 만렙 찍었고요. 함께 읽기를 하고 있어서 완독은 했지만 저의 독서력 바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근래에 다시 읽어 보니 여전히 어렵습니다만 처음보다는 조금 더 이해되는 것도 같아요. 완벽하진 않아도 제가 이해한 선에서 리뷰하는 것도 좋은 기록이겠다 싶어 2020..

배움/인문학 2020.01.21

희망이 삶이 될 때

건강을 잃고 알게 된 것들 최근에 많이 아프면서 책은 다시 안 읽어야지, 글은 절대 쓰지 않을거야 마음을 먹었는데요. 그러면서도 책 소개 기사들에는 자꾸 눈이 가더라구요. 그런 글 중에서 저자의 이야기가 저와 너무 흡사해서 꼭 찾아봐야지 했던 책이 있었습니다. 인데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의사 이야기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저와 거리가 멀지만 희귀질환이라는 점에서는 저자와 저의 싱크로율이 높습니다. 데이비드는 의대 재학시절 캐슬만병이라는 면역질환을 진단 받는데요. 원인도 치료방법도 알려지지 않은 병이라 급작스레 병이 진행이 되어도 표준 치료 방법이 달리 없어 죽을 고비를 몇번 넘기게 됩니다. 저자는 그런 얘기를 했어요. 병의 이름이 있다는 건 이미 앞선 누군가 병을 경험했고, 또 치료 기록이 있으니 자..

배움/책 2020.01.17

예비 중 3의 겨울방학 나기

제 딸은 올해 중3이 되는 예비 중 3입니다. 너도 나도 벌써 고등학교를 염두에 두고 선행을 한다는 얘기가 많이 들려요. 중 3때 미리 고등학교 과정을 좀 보고 가야 고등학교 가서 편하다나요? 전 그런 말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동조하지도 않고요. 주위의 엄마들은 아이를 그렇게 놔뒀다간 나중에 아이가 성적 뒤떨어져서 스트레스 받으면 어떡할거냐고 물어요. 그건 아이의 문제이지 제 문제가 아니지요. 성적이 뒤떨어져서 스트레스 받는 건 아이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아이가 감당해야 할 몫이 크다고 부모가 미리 나서서 그 몫을 줄여주는 건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권리를 빼앗는 거나 다름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방학은 방학답게 보내는 우리집 예비 중 3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900여 회나 되는 명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