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릴 때 엄마는 겨울 초입에 김장하고 한해 행사 잘 마무리했다고 말씀하곤 하셨어요. 김장은 우리 집안에 대소사에 낄 만큼 중차대한 일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우내 특별한 반찬거리가 없을 때 가족의 입맛과 건강을 잡을 수 있는 믿음직한 지원군이 되어주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김장을 준비할 때면 마치 무슨 의식을 치르듯, 배추 고르는 일부터 시작해서 젓갈과 양념의 작은 재료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준비를 하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김장의 수고스러움은 전혀 모른 채 맛있는 김치를 먹으며 겨울을 잘 났었죠. 제가 직접 김장을 해보고는 엄마가 하는 것에 비하면 많이 간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아프고 손목이 뻐근한 중노동임을 느꼈습니다. 이 힘든 걸 왜 사서 고생하나 싶어 김치를 사 먹어 보기도 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