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일상 82

시간을 들여 돈을 버는 일

주부의 가사 노동은 얼마의 값어치가 있을까요? 과거엔 주부라면 당연히 하는 일이라 여겨 가사 노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월급도 당연히 없었고요. 그래서일까요? 전업주부는 논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죠. 다행히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전 전업주부로 살고 있지만 놀고 있다고 말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전엔 전업주부라는 타이틀이 살짝 부끄러울 때가 있었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집안일을 척척 해내는 수퍼맘을 만나면 더욱 그랬었죠. 남편은 그런 말을 했었어요. 집안일 하고 아이를 잘 키우는 게 큰돈을 버는 거와 맞먹는다고요. 그러나 제 마음에는 집안일도 하고 눈에 보이는 돈도 벌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남편의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https:/..

비움/일상 2020.07.31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이고 싶다

운전을 하다 보면 앞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빨간 신호등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멈춥니다. 신호등이 없을 때, 앞차도 없을 때는 도로 교통 표지판을 보고 운전을 하는데요. 그럴 때 ‘천천히’ 표지판을 보고 속도를 줄이고 ‘멈춤’ 표지판에서는 일단 멈추게 되지요. 그게 도로교통법규이기에 운전을 한다면 일단 그 법을 따라야 합니다. 확실히 멈추어야 할 때를 알려주면 브레이크를 밟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노란 신호등이 들어왔을 때는 약간 망설임이 있어요. 여기서 통과해야 할까? 아니면 멈추어야 할까? 하고 말이지요. 실제로 교차로 정지선을 얼마 앞두고 노란 신호등이 켜졌을 때 정지선까지의 구간을 ‘딜레마 존’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짧은 찰나에 갈까말까 고민하는 순간이 딜레마를 일으키는 것 같은데요..

비움/일상 2020.07.23

단톡방 숲속에서 길찾기

단톡방 : 3인 이상이 이야기하는 메신저 대화방 (네이버 지식백과)영어로는 wide talk room 여러분은 단톡방 관리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전 단톡방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단톡방 대풍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단톡방을 통해 내가 알지 못하는 정보들을 접해서 좋긴 한데, 개수가 너무 많아지니 온전히 한 가지에 집중할 수가 없네요. 물론 무음으로 알림음을 차단해놓긴 했지만 한 번씩 들여다보면 수십 개의 메시지가 와서는 빨리 봐주세요 하고 빨간색 숫자를 띄우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요. 정말 중요한 정보는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지난가을 아프기 전까지 대여섯 개의 단톡방을 유지하다가 아픈 후로는 한 개만 남..

비움/일상 2020.07.16

엄마로부터 독립하던 날

어릴 때부터 여자여서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여자라서 참아야 하고, 여자라서 나중에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물론 그렇지 않은 환경도 있겠지만 저와 비슷한 시대에 학교를 다니신 분들이라면 공감이 될 거라 여깁니다. 전 안 된다는 이야기에 반감이 들어서 어떻게든 당당하게 능력 발휘하면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직업도 폼나는 직업을 갖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신하게 공무원이나 선생님 하면 얼마나 좋냐고 하는 엄마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고요. 남자들이나 하는 일을 하려 한다는 군소리도 좀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입사 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하여 폼나는 직업을 갖겠다는 저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죠. 1, 2차 목표(대학교와 직장으로 집에서 독립하고픈 꿈)가 틀어져서 3차 목표로..

비움/일상 2020.06.23

감자꽃 필 무렵

감자의 계절이 왔습니다. 몇 주 전부터 햇감자가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감자전 좋아하는 저는 햇감자 사다가 벌써 감자전 부쳐 먹었는데요. 비 오는 날 빗소리 라임 맞춰 부침개를 좀 구워줬습니다. 비 오는 날은 부침개... 저 뭐 좀 아는 뇨자이지요. 어제 소식도 없이 커다란 택배 박스가 왔어요. 어머니께서 감자를 캐셔서 한 박스 가득 보내셨더라고요. 울산에 있었으면 예전처럼 감자 캐는 것도 함께 했을텐데, 올해는 더욱이 코로나로 정신없다 보니 감자 캐는 시기가 되었는지도 잊고 있었어요. 감자 박스를 개봉해서 얼른 몇 개를 삶았어요. 그리고 바구니에 소분하면서 이 감자가 나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긴 여정을 했을까, 또 어머니의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을까 생각해봤습니다. 6월에 본격적으로 햇감자를 캐기 시작..

비움/일상 2020.06.10

마음을 꿰뚫는 15초의 마법

광고는 15초 만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해서 15초의 마법이라 불리지요. 광고를 보면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정수기로 물을 마시고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고요. 식탁엔 새벽 배송 받은 음식들이 오릅니다. 빨래는 스마트한 세탁기와 건조기가 맡지요. 우리가 먹고 입고 씻고 하는 모든 것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가 맞는 많은 상황에 광고의 영향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에요. TV에도 신문에도 블로그에도 유튜브에도 15초의 마법은 우리를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예전엔 제품의 정보만 전달해도 혹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또는 유명 연예인만 등장해도 15초 마법에 빠져들곤 했었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광고에 마음을 내어주시나요? 제 딸과 광고 이야기를 하면서 ‘라떼는 말이..

비움/일상 2020.06.05

혼밥의 정석

길고 긴 방학을 마치고 아이가 드디어 등교를 했습니다. 등교 전에 선생님으로부터 안전에 관련한 여러 안내 문자를 받고 만반의 준비를 해서 학교에 갔어요. 담임 선생님은 걱정되는 부모 마음을 어떻게 아시고 첫날 학교 풍경에 대해 안내 문자를 주시더라고요. 덕분에 한시름 놓았습니다. 너무 오래 쉬었던 탓일까요? 아이는 학교 가는 걸 잊어버린 듯 등교 전날 설렘 반 두려움 반 잠을 못 이뤘습니다. 뭐 밀린 숙제 벼락치기 하느라 못 잔 것도 있고요. 등교 개학이 되긴했지만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의 우려가 있어 1주일 등교하고 2주는 원격수업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5개월 만에 학교 급식을 먹고 온 아이는 맛있었다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군요.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저는 점심을 혼자 먹기 시작했어요. 가..

비움/일상 2020.05.28

긴급재난지원금 어떻게 쓰고 계시나요?

긴급재난 지원금 잘 사용하고 계시나요? 지난 5월 11일부터 본격적으로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되었는데요. 5월 26일자 기사를 보니 우리 국민 95% 정도가 재난지원금 수령 완료 했다고 하는군요. 재난지원금으로 움츠려 들었던 소비가 모처럼 살아났다고 하니 반가운 뉴스입니다. 재난지원금은 지역 경제 활성화하는 취지도 담고 있어서인지 재난지원금 사용처가 주로 거주지역 내로 한정 되더라고요. 그리고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마트, 온라인 전자상거래 등은 재난지원금을 쓸 수가 없어요. 저희는 세 식구라 재난지원금 80만원을 받았어요. 신용카드, 체크카드, 선불카드 다 고려해보았는데, 제 입장에서는 제일 활용도가 높을 것 같은 지역화폐 인천 e음 카드로 받았습니다. 대학병원, 동네 주유소, 아파트 상가, 배달 음..

비움/일상 2020.05.27

택배 언박싱의 설렘을 매일 느끼는 방법

세상에 수많은 기쁨들 중 하나는 택배 박스 개봉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내가 주문한 것이든 남이 내게 보낸 것이든 안의 내용물을 상상하며 개봉하는 기쁨은 설렘까지 추가되어 기쁨이 배가 됩니다. 지난주에 친정 오빠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신발 사이즈를 묻더라고요. 뜬금없이 ‘내 발 사이즈는 왜 묻지?’ 하면서 알려줬습니다. 문자를 보내놓고 보니 인서 발 사이즈를 묻는거였어요. 아무리 노안이 왔다손 치더래도 아이 이름은 안 보이고 ‘발 사이즈’만 보였다니 돋보기를 마련해야 할까봐요. 아이 발 사이즈로 다시 문자를 보냈습니다. 머쓱한 웃음과 함께요. 그제 생각지 못한 택배가 왔어요. ‘어? 내가 주문한 거 없는데...’ 아! 오빠가 인서 신발 사이즈 물어보더니 신발 보냈나보다 하고 택배 박스를 개봉했습니다. 같..

비움/일상 2020.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