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 21

아몬드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 결혼하고 2년 만에 저에게 새 생명이 찾아왔습니다. 너무나 기쁜 마음에 매일 기도를 했어요. ‘건강하게만 태어나다오, 손가락 열 개, 발가락 열 개, 정상으로만 태어나다오, 똑똑하지 않아도 평범하게만 태어나다오’ 하는 기도를요. 그러다 출산 임박해서는 그냥 무사히 내 곁에 오기만 하면 된다. 엄마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게, 너와 내가 함께 애쓰는 탄생의 순간을 서로 잘 견디자, 난 있는 그대로 너를 사랑할게의 기도로 바뀌었습니다. 태어난 아기는 정말 평범하게 쭈글쭈글 손가락 열 개, 발가락 열 개 다 정상인 채로 저에게 왔어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평범하게 태어나달라고 기도했던 게 무색하게 자라면서 점점 저는 욕심의 기대를 덧입히기 시작했습니다. 키가 더..

배움/책 2019.08.16

임정로드 4000KM

걷지 않는 길은 사라진다 내일은 74주년 광복절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공휴일로 지나갈 수도 있지만 올해는 뭔가 좀 다른 느낌이 드네요. 를 읽으면서 소설일지언정 나라 잃은 사람들의 생생한 슬픔과 한을 지켜봤거든요. 독립을 평생 바라다 끝내 광복 소식을 듣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에겐 나라를 되찾는 기쁨을 전하지 못해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또 최근에 최태성 선생님의 를 읽고서 살아남은 자의 역할, 기록의 중요성, 쓸모없음의 쓸모있음 등을 알게 되어서 광복절의 의미가 이전과는 달리 다가옵니다. , 이 책을 구입한 지가 반년이 넘었는데요. 책꽂이에 꼽아 두기만 하고 계속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임시정부가 쫓겨 다닌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이 당장 시급하다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토지나 역사의..

배움/책 2019.08.14

선물

신(神)이 주신 선물 제가 요즘 매일 선물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의 저를 생각해보면 상상도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죠. 뭘 그렇게 잘해서 선물을 받는 걸까? 누구에게 잘 보여서 선물을 받는 걸까? 곰곰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저 저에게 최선을 다하고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즐겁게 산다고 하는 것 외에 달리 뭐라 표현할 길이 없어요. 최선이라는 문구를 즐겨 사용하고 또 그 뜻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난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할거야' 라든지 '최선을 다했는데 잘 안됐어' 와 같은 말을 종종 썼었죠. 어느 날 문득 화장실의 두루말이 휴지가 다 되어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매번 휴지가 끝나는 차례, 그러니까 휴지를 교체해야 되는 순서가 내가 되는 거지? ..

비움/일상 2019.08.13

토지 20

토지 마지막 이야기 지난 3월에 시작한 토지가 드디어 오늘 막을 내립니다. 거의 5개월 정도 달려왔네요. 처음 토지를 읽기 시작했을 때 마지막 20권은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졌어요. 과연 완독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매주 한권씩 읽어나가니 끝이 오기는 오는군요. 주로 지식도서만을 읽어왔던 터라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감이 살짝 있었는데요. 토지여서가 아니라 시대와 함께 숨쉬며 역사를 살아 나온 소설에는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합니다. 더군다나 토지에는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일제강점기 시대 '아무개' 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그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시대라는 씨줄이 나열되어 있다면 개개인들이 날줄이 되어 촘촘히 천을 짜듯이 이야기를 만들고 사건을 일..

배움/인문학 2019.08.12

1일 1행의 기적

늑대에게 주는 먹이는 오늘 하루가 결정한다 우리 마음속에 사는 두 마리 늑대 이야기 아시나요? 저는 몇 년 전에 이 이야기 접하고 너무 좋은 얘기라 가족들에게도 주위 분들에게도 많이 얘기 하고 다녔는데요. 그 이후로 여러 책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많이 만나서 이제는 뭐 줄줄 읊을 수 있는 스토리가 되었습니다. p 89 체로키 인디언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 마음속에 사는 두 마리 늑대’이야기는 유명하다. 지혜로움 가득한 이 이야기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온다. 할아버지 : 얘야, 우리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산단다. 이 둘은 늘 싸우고 있지. 소 년 : 왜 싸우나요? 할아버지 : 둘은 성격이 정반대거든. 한 마리는 늘 화가 나 있고, 욕심이 많고 오만하지. 반대로 다른 한 마리는 늘 기쁨에 가득..

배움/책 2019.08.09

태화강 십리대숲

꿈트리숲의 고향 십리대숲 오늘은 내고장의 명소, 한 곳을 소개하려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인천의 명소가 아니라 40여년 몸 담았던 울산의 명소인데요. 오며가며 스치기도 하고 그 속에서도 거닐었던 추억도 있고요. 마냥 좋은 곳이다 생각만 했는데, 저만 그런 생각 가졌던 건 아니었나 봅니다. 국가 지정 정원이 되었어요. 바로 태화강 십리 대밭입니다. 울산을 관통해서 흐르는 태화강을 끼고 대나무 숲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서 경관이 수려할 뿐더러 그 길이가 십리에 이른다고 해서 십리대숲이라고 불리어요. 대숲 주변으로 공원까지 조성되어서 나들이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죠. 가을엔 국화 물결이 풍년을 이루고 봄에는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아이들에겐 체험 학습장이 되고요 어른들에겐 친구끼리 연인끼리 데이트..

채움/국내여행 2019.08.08

공부머리 독서법

공부머리는 독서로 길러진다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걱정과 혼란이 조금 있었다면 ‘계속 책만 읽어도 학교 공부 따라가고 잘 클까’였어요. 다른 아이들은 학습지다 학원이다 사교육을 하기에 눈감고 귀막고 살 수가 없으니 마음이 일렁이긴 했었습니다. 주위에서는 그렇게 키우다가 바보 만든다, 초등 성적이 대학 입시 성적이다 등의 협박성 비슷한 얘기들을 많이 해서 저의 걱정은 더 커지기도 하구요. 그래도 전 사교육 시장에 절대 제 아이를 내 놓지 않으리라 생각했어요. 왠지 아이를 잡아먹고 저까지 사교육 광풍에 휘말릴 것 같았거든요.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담임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아이가 수학을 잘 못하니 집에서 좀 봐주시라고요. 전 괜찮다고 했어요. 수학 못하면 다른 거 잘하는 것 있겠죠 하면서요. 초등 입학하고..

배움/책 2019.08.07

김민식 작가님 in 송도나비

내 인생에 남기는 강의 발자국 지난 토요일 제가 매주 나가고 있는 독서모임, 송도 나비에서 빅 이벤트가 있었어요. 김민식 작가님이 를 출간하시고 송도 나비를 찾아 주셨던 저자특강이 바로 그 이벤트입니다. 제가 블로그에서 작가님 책이나 강의에 대한 얘기를 여러 번 썼기에 이번 강의는 후기를 생략할려고 마음 먹고 있었어요. 아직 글재주가 미천하여 본의 아니게 같은 내용 반복할지도 몰라서요. 실제로 후기로 남기지 않은 강연들도 몇 번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야기 듣는 재미로, 나비 회원 분들이 감동하는 모습 보는 기쁨으로 그날 그 기분을 만끽하려 했는데요. 강의 듣는 도중 머리에 번쩍 번개가 치더라구요. 지니에게 세 가지 소원이 있다면 작가님에게는 세 가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건 왜 재밌을까?” 작가님이 강..

배움/강의 2019.08.06

토지 19

찬 이슬에 날개를 접고 숨만 쉬는 나비 같이 토지 19권이 되면서 이제 진짜로 일본의 패망이 멀지 않음이 시시각각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이 보이거든요. 전장으로 조선인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도 징용으로 내보내고 있어요. 전쟁이 지속되다 보니 보급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그러기에 산의 나무도 다 뽑아가고, 집의 쇠붙이들도 죄다 쓸어갑니다. 조선에서는 식량이 배급제가 되고, 전기도 기름도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구하기 어려워졌어요. 모든 걸 전쟁터에 보내야 하니까요. 식자들은 일본이 머지않았다 예견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바람 불 때는 드러눕는 풀처럼 지냅니다. 가급적 그들의 눈에 띄지 않아 징용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전쟁에 끌려 나가지 않으려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용에 나갈 ..

배움/인문학 2019.08.05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나이들어 가장 좋은 친구에게 베풀 수 있는 것 제가 이근후 선생님을 알게 된 건 6년 전 쯤 를 통해서였어요. 그때도 연세 많다 생각한 선생님이었는데, 올해 새 책을 내셨네요. 창작의 열정은 나이가 든다고 식는 것이 아니구나 싶어요. 전작에서 유연한 사고에 변화를 선도하거나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었어요. 특히나 제사를 지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파격에 가깝다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 책을 보고 친가, 시가 양쪽에 의견을 내봤는데요. 돌아오는 건 ‘나는 이렇게 지낼란다. 내 죽거든 그렇게 지내라.’ 는 말씀이었지요. 부모님들께 제사 방식을 바꾸자고 하는 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올해로 이근후 선생님은 여든 다섯이 되셨어요. 새 책을 내시며 마치 ‘나 아직 정정하다고..

배움/책 2019.08.02